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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스마트공장, 전략적 방향성이 중요하다

등록 : 2019-09-11 05:00:12

이호창 노사발전재단 노사상생혁신본부장

스마트공장은 전 제조과정을 정보통신기술로 통합해 생산성, 품질 등을 향상시키는 지능형 공장을 말한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과 같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스마트공장에서 각종 데이터의 수집, 분석, 관리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지능형 생산시스템의 구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스마트공장이 효과적으로 도입·운영된다면 조직성과가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조사(2019)에 따르면, 스마트공장 도입기업에서는 생산성은 30% 향상, 불량률은 43.5% 하락했다.

노사정 행위주체의 선택에 따라 달라져

스마트공장의 기술적, 경제적 잠재력은 높게 평가되지만, 고용과 노동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스마트공장이 위험하고 힘든 작업에서 인간을 해방하고, 권한과 책임을 갖는 지식노동자를 증대시킬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노동자에 대한 기술적 통제를 강화하며,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유토피아든, 디스토피아든 스마트공장이 고용과 노동의 특정한 미래를 직접적으로 결정한다고 믿는 것은 기술결정론적 오류이다. 기술적 가능성의 측면에서만 보면, ‘노동배제형’과 ‘노동친화형’ 스마트공장 모두 가능하다. 이 중 과연 어떤 방향의 스마트공장이 추진될 것인지는 제도와 관행, 노사정 행위주체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로봇 및 자동화 등을 통해 인간 노동의 대체와 감시에만 집중하는 노동배제형 스마트공장은 고용문제를 야기하고 노동자에 대한 기술적 통제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일터에 대립과 갈등을 촉발할 위험성이 높다. 개별기업에서 단기적으로 노동비용이 절감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사회적 비용은 증대되고 혁신역량도 저하될 것이다.

사실 사람과 조직의 문제를 무시한 채 기술혁신만을 일방적으로 추구했던 전략은 별로 효과적이지 않았다. 컴퓨터통합생산을 통해 노동을 배제한 자동화공장을 꿈꾸었던 폭스바겐 54공장의 실험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에서 여러 가지 생산문제에 봉착하자, “지나친 자동화는 실패였다. 사람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혁신에 대한 최근의 많은 연구는 기술혁신에 주목하면서도 노동의 역할을 적극 인정하고 인간과 기술의 최적 결합, 조직혁신과 기술혁신의 정합적인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친화형 스마트공장에서는 사람 중심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추구한다. 여기서 노동자들은 정보통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식노동자로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작업을 수행한다. 직무의 성격이 직접작업에서 감시와 제어 중심의 노동으로 변화하지만, 직무능력개발과 근로시간 변화를 통해 고용은 안정된다. 물론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노사의 진지한 협의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노동친화형 스마트공장은 생산성과 품질향상이라는 조직성과뿐 아니라 고용안정과 근로생활의 질의 개선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노동자에게도 긍정적이다.

폭스바겐의 참담한 실험, 노동친화형 발전 고민해야

관건은 이러한 사람 중심의 스마트공장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하는 점이다. 2018년까지 유럽연합(EU) 8개국, 15공장에서 진행되었던 Facts4Workers 프로젝트는 사람 중심의 접근, 사용가능성, 사용자의 경험, 최신의 정보통신기술 등을 활용해 인간을 중심에 놓는 스마트공장을 실제로 구축하는 실험을 해 보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여기서는 최신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노동자에게 필요한 정보와 권한을 줌으로써 생산성과 직무만족도를 함께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우리 정부는 4차산업혁명 속에서 중소기업의 제조혁신을 위해 2022년까지 3만개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는 스마트공장과 일터혁신의 결합을 추진하는 노동친화형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공장은 제조혁신과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문제는 전략적 방향이다. 사람 중심, 노동친화형 스마트공장의 발전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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