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트럼프에 노골적 주문 … 라이스 전 국무 대북문제 '인내' 강조
유엔총회를 계기로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미국내 전문가들이 노골적인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한미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조율을 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은 물론이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촉구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개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소미아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정부의 결정을 되돌리는 쪽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까지 내놓고 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소미아 연장을 하지 않기로 한 한국 정부의 결정을 되돌리는데 치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들의 관계가 현재 상태로 머물러선 안 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 양국의 긴장 상태를 해결하는 데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소미아 폐기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북한과 중국에 지렛대를 제공해준다는 논리적 근거에서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지소미아 폐기 결정을 뒤집을 것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도 장기적으로 큰 손실일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한 술 더 떠 "트럼프 대통령의 지소미아 유지 요청이 문재인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지소미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정부가 내심 정책변화를 원하고 있는 상황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지소미아에 대해 언급하면 이를 명분으로 지금까지 강경기조에서 변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 두 정상간 조율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한미 정상이 북미 실무회담에 앞서 만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한 뒤 "중요한 건 북한 비핵화에 관한 한국과 미국의 목표가 동일한지, 혹은 어떻게 조율할지"라고 말했다.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미국과 북한이 실무 협상에서 제안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입장에 대한 제안을 하거나, 북한이 어떤 것을 제안하거나 수용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밝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는 별개로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도 1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외교정책에 대해 인정해야 한다면서 그 예로 대북 관련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거쳐 국무장관을 지낸 라이스 전 장관은 이날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내가 십년 전에 다뤘던 일부 외교 정책 현안들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행정부가 그 문제들을 맡아온 데 대해 인정해야 한다"며 북한을 거론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아무도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왔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관련해서 해나가고 있는 부분에 대해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다만 라이스 전 장관은 "미국이 냉전 시대 이후 유일한 초강대국이었던 시대를 지나 새로운 도전 과제들에 직면한 전환기를 지나가고 있다"면서 "미국의 외교 정책의 지침이 돼야 할 원칙들에 '인내'(patience)가 수반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인내'의 구체적인 예도 언급했다.그는 "우리는 남한이 침입당하지 않도록 한반도에 대해 평화를 지키며 인내해왔다. 인내는 도움이 돼 왔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조급하게 느끼고 있다"며 "'인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 워싱턴 = 한면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