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트럼프에 노골적 주문 … 라이스 전 국무 대북문제 '인내' 강조

유엔총회를 계기로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미국내 전문가들이 노골적인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한미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조율을 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은 물론이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촉구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개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소미아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정부의 결정을 되돌리는 쪽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까지 내놓고 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소미아 연장을 하지 않기로 한 한국 정부의 결정을 되돌리는데 치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들의 관계가 현재 상태로 머물러선 안 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으로 가기 위해 백악관을 출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위대하게’란 문구가 적힌 빨간색 모자를 썼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 양국의 긴장 상태를 해결하는 데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소미아 폐기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북한과 중국에 지렛대를 제공해준다는 논리적 근거에서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지소미아 폐기 결정을 뒤집을 것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도 장기적으로 큰 손실일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한 술 더 떠 "트럼프 대통령의 지소미아 유지 요청이 문재인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지소미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정부가 내심 정책변화를 원하고 있는 상황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지소미아에 대해 언급하면 이를 명분으로 지금까지 강경기조에서 변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 두 정상간 조율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한미 정상이 북미 실무회담에 앞서 만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한 뒤 "중요한 건 북한 비핵화에 관한 한국과 미국의 목표가 동일한지, 혹은 어떻게 조율할지"라고 말했다.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미국과 북한이 실무 협상에서 제안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입장에 대한 제안을 하거나, 북한이 어떤 것을 제안하거나 수용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밝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는 별개로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도 1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외교정책에 대해 인정해야 한다면서 그 예로 대북 관련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거쳐 국무장관을 지낸 라이스 전 장관은 이날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내가 십년 전에 다뤘던 일부 외교 정책 현안들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행정부가 그 문제들을 맡아온 데 대해 인정해야 한다"며 북한을 거론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아무도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왔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관련해서 해나가고 있는 부분에 대해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다만 라이스 전 장관은 "미국이 냉전 시대 이후 유일한 초강대국이었던 시대를 지나 새로운 도전 과제들에 직면한 전환기를 지나가고 있다"면서 "미국의 외교 정책의 지침이 돼야 할 원칙들에 '인내'(patience)가 수반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인내'의 구체적인 예도 언급했다.그는 "우리는 남한이 침입당하지 않도록 한반도에 대해 평화를 지키며 인내해왔다. 인내는 도움이 돼 왔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조급하게 느끼고 있다"며 "'인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 워싱턴 = 한면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