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탈환에 나선 민주당의 대선 경선 레이스에선 이제 3강 후보들이 진검승부에 돌입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민주대선 경선후보들이 20명이 넘어 1차와 2차 토론은 10명씩 2개조로 나눠 이틀에 걸쳐 실시됐다. 그러다가 상당수 주자들이 하차해 지지율로 자격 있는 10명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지난 12일밤에는 3차 토론을 가졌다. 10명 토론이 시작됐으나 가운데 자리잡은 조셉 바이든 전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이 3강 후보들로 장기간 꼽히며 치열한 진검 승부를 펼치기 시작했다.

CNN의 9월 9일부터 19일 사이의 평균 여론 지지율을 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24%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워런 상원의원이 18%, 샌더스 상원의원이 17%로 3강안에 들고 있다. 3차 토론에서는 선두 조셉 바이든 전 부통령이 어느 때 보다 선전해 위너로 꼽혀 당분간 여론 지지율에서도 선두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2위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나쁘지는 않았으나 한방은 없었고 3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분위기를 주도 하진 못한 것으로 평가받아 판세를 뒤흔들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민주 대선후보 3차 TV토론 참석한 샌더스-바이든-워런 | 1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3차 TV토론에 버니 샌더스(왼쪽부터) 상원의원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휴스턴 AP=연합뉴스


한때 바이든 전 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여 바람을 일으키고 일약 지지율 선두까지 올라갔던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어쩡쩡한 헬스케어 개선안을 내놓았다가 집중타를 맞고 한자리수 지지율로 쳐져 있으며 다시 도약할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중도 바이든, 진보파 워런, 샌더스

12일 밤 텍사스 휴스턴에서 3시간 가까이 펼쳐진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은 세 번째 였으나 10명의 경선후보들이 처음으로 한무대에 올랐으며 가운데에 자리잡은 바이든 전 부통령, 그의 좌우에 위치한 워런 상원의원, 샌더스 상원의원이 진검승부를 시작한 분위기였다.

다만 3차 토론에서 처음으로 한 무대에 오른 1위 바이든 전 부통령과 2위 워런 상원의원은 첫 맞대결이어서 인지 서로 정면충돌을 피한 듯 한 모습이였다. 선두이기에 집중 공격을 받은 바이든 전 부통령은 비교적 잘 맞받아쳐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워런 상원의원을 제압하려 직접 싸움을 거는 무리수를 두진 않은 것으로 보였다. 워런 상원의원도 자신이 풍부한 정책 아이디어로 승부하고 있음을 과시했을 뿐 싸움닭의 투사로 나서지는 않았다. 진검승부를 시작했지만 1차와 2차 토론 때는 서로 다른 조여서 3차 토론에서 처음 한무대에 올랐기 때문에 전초전으로 조심스런 행보를 보인것으로 해석된다.

3차토론 직후 나온 CNN 등 미 언론들의 평가를 보면 24%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조셉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예전 같은 말실수 없이 현재까지는 가장 훌륭한 토론솜씨를 보여 3차 토론의 위너로 꼽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좌우에 서있던 워런, 샌더스 상원의원 등 두 진보파 후보들이 내걸고 있는 전국민 메디케어의 엄청난 비용문제를 끄집어내 "오바마 케어를 확대하려는 나의 플랜도 10년간 7400억달러라는 큰돈이 들지만 30조달러, 일년에 3조4000억달러는 아니다"라며 싸잡아 공격했다. 18%로 2위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부자와 대기업들에게 주로 부담시킬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근로가정에선 헬스케어비용이 내려갈 것"이라고 응수했으나 구체적인 계산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토론실수 줄인 바이든이 위너

17%의 3위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현재의 오바마 케어를 그대로 시행한다면 50조달러는 들어갈 것"이라며 "비용은 줄이며 전 국민에게 낮은 보험료와 본인분담금으로 의료보험 혜택을 주려면 전국민 메디케어가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반박했으나 바이든에 대한 역공에는 부족했다. 최근에 잇따른 텍사스 엘파소 등의 총기난사사건과 관련해 민주 대선후보들 중에서는 총기규제강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이 지역 출신 베토 오루어크 전 하원의원이 "어쨌든 대량살상에 쓰여지고 있는 AR15과 AK47은 거리에서 없애버릴 것"이라고 말해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만들어 냈다는 평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무역전쟁으로 미국기업과 미국민 소비자들이 피해보기 시작했다는 지적을 놓고 민주 대선후보들은 일제히 트럼프 정책을 성토하며 완전히 다른 무역정책을 펼 것이라고 약속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미국시장에서 물건을 팔려는 외국들에게 미국처럼 노동과 환경기준 등을 올리라고 요구해 미국기업들이 더 경쟁력 있게 만들겠다고 밝혀 풍부한 정책 아이디어 뱅크임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민주당 경선에선 오바마-바이든 8년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에 이길 수 있다는 확신까지 얻을지, 정책 아이디어로 기복없이 지지율을 올리고 있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단일화할 수 있을지 등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