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노동신문 다시 강조 … 외무성 국장 담화로 체제보장 요구한지 하루 만에

북한이 17일 북미 실무협상을 목전에 두고 주민들에게 다시 한번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나섰다. 전날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담화로 "제도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다"며 체제보장과 제재해제를 요구한지 하룻 만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자력갱생은 우리 식 사회주의의 생명선'이라는 제목의 논설을 싣고 "경제에서 자립, 국방에서 자위를 철저히 실현할 때만이 자기의 신념대로, 자기가 선택한 길을 따라 끝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신문은 특히 "자기의 힘을 믿지 못하면 부닥치는 애로와 난관에 겁을 먹고 남들을 따라 앞서기 위해 노력도 하지 않게 된다"며 "남에게 의거해 일떠선 경제, 남의 도움으로 마련된 물질적 부를 후대에 물려주게 된다면 우리가 고생한 보람도 없고 후대에도 면목이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력갱생은 혁명과 건설의 조건과 환경이 어떠하든 적들이 제재하든 안 하든 변함없이 틀어쥐고 나가야 할 우리의 발전과 번영의 강력한 무기"라고 말한 대목도 언급하며 "최근 년간 국방력 강화를 위한 투쟁에서 쟁취한 모든 승리와 성과들은 다 자력갱생이 안아온 고귀한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력갱생만이 우리가 살길이며 전진발전의 유일한 진로"이자 "우리 후대의 행복을 굳건히 담보할 수 있게 하는 영원한 생명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국에게 체제보장과 제재해제를 요구하면서 내부적으로 자력 노선을 강조한 것은 향후 북미 대화 전개 과정에서 제재완화 또는 해제 여부와 시점에 관계없이 자력갱생으로 경제발전을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영변 핵폐기와 제재완화의 맞교환을 노렸던 지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에 따른 학습효과로 분석된다. 내부 결속을 다시는 동시에 북미협상의 의제와 이행 우선순위를 둘러싼 신경전에서 순순히 밀리지 않겠다는 의중을 담은 셈이다.

이날 노동신문이 별도 기사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이란 제재 갈등을 언급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신문은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이란-미국 협상문제' 제하의 정세론 해설에서 "최근 미국은 이란과의 협상의 문을 두드리면서도 이란에 대한 제재를 계속 실시"하고 있고, "이란은 미국의 제재가 전면적으로 해제될 때까지 미국과 절대로 마주 앉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와 관련 "일방이 제재 도수를 높이는 속에서 타방이 그와의 대화탁(대화테이블)에 나앉기는 힘든 일"이라 평하며 사실상 현 상황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의 입을 빌어 "현존상태에서 이란과 미국 사이의 관계개선은 생각할 수 없으며 미국이 대이란제재를 해제하는 길에 나설 때만 협상의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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