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산동 전태일 살던 집 매입

50주기 맞는 내년 11월 개관 목표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노동과 사람의 가치를 외치고 분신한 전태일 열사. 전 열사의 고향은 대구다. 그는 1948년 8월 26일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태어났으나 생가는 없어졌다. 아버지 사업 실패로 부산으로 떠났다가 15살이던 1963년 대구 중구 남산동 2178-1번지에 살면서 청옥고등공민학교(현 명덕초등학교)를 다녔다. 1964년 서울로 떠나기 전까지 1년 남짓 이 집의 문간방에 세를 얻어 여섯 가족이 함께 살았다. 전 열사는 일기에 당시를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라고 적었다.

옛 효성여고 담벼락아래 작고 낡은 기와지붕의 목조주택은 60년 이상 재개발의 광풍에도 고스란히 보존됐다. 다만 전 열사 가족이 세 들어 살았던 두칸방 집은 몇 년 전 허물어졌다.

이재동(가운데)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 이사장과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오른쪽)씨가 17일 대구시 중구 남산동 2178-1번지 최용출씨 집에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대구 최세호 기자


17일 오후 전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가 이 집을 찾았다. 집주인 최용출(68)씨로부터 집을 팔지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지 8년만이다. 이날은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이 전 열사의 고향인 대구에 기념관을 건립하기 위해 전 열사가 살았던 집을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날이다.

전태삼씨는 "집을 잘 보존해준 최용출씨께 감사를 드리고 십시일반으로 모금에 참여해준 대구시민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집주인 최씨도 "집을 헐고 새로 지어 살려고 했는데 전태일 기념관이라는 역사적 의미로 영원히 보존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은 이 집을 매입해 기념관으로 건립하기 위해 지난 3월 창립했다. 자산가의 거액 기부보다는 시민모금으로 현재 1억3000여만원의 매입자금을 모았다. 전태일의 친구들은 이날 매매금액 4억3000만원의 10%인 4300만원을 집주인 최씨에게 지급하고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2월까지 1억7200만원의 중도금을 지급하고 6월까지 잔금 2억1500만원을 치러야 한다.

이 집은 대지 195㎡에 목조기와지붕 단층주택과 목조함석지붕 단층주택의 건물이 남아 있다.

전태일의 친구들은 전 열사의 50주기인 내년 11월 13일에 기념관을 건립해 열 계획이다.

전 열사 기념관은 서울시가 올 4월 전 열사 분신 장소인 평화시장 청계천 수표교 인근에 6층 규모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을 연 게 처음이다.

대구의 기념관은 시민모금으로 지어진다는 의미를 가진다. 전태삼씨는 "청소년들이 같이 기억하며 꿈이 영글어가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동 전태일의 친구들 이사장은 "지난해 말 전태일 열사의 집 매입을 논의할 때의 목표는 매입이었는데 1000여명의 시민들이 후원해 첫 목표를 이루게 돼 기쁘다"며 "시민들의 십시일반이라는 의미를 되살려 남은 중도금과 잔금을 모금하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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