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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변시 변호사 수습기간 동안 노동력 착취 심각"

수습 변호사 24%, 월 100만원이하 받아

실무수습제 개선시급 … "연수교육 대체해야"

등록 : 2019-09-18 11:38:10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변호사에 대한 6개월의 의무 실무수습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7일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변호사 실무수습 제도 개선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실무수습 기간 중에 지도 변호사와 공동으로 사건을 수임하고 공동으로 변론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6개월 후에는 완전한 변호사로 활동할 능력을 갖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7일 대한변협회관에서 대한변호사협회, 사법정책연구원,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주관한 '변호사 실무수습 제도 개선에 관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사진 변협 제공


◆무급 포함 월 200만원 이하 67% =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시험(변시) 출신 변호사는 6개월 이상 법률사무에 종사하거나 변협 연수를 마치지 않으면 단독으로 법률사무소를 개설할 수 없고, 사건을 단독 또는 공동으로 수임할 수도 없다.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연수를 받는 경우,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지도 변호사들에 의한 인권침해와 노동력 착취를 받는 일이 다반사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16년 4월 실시한 온라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변시 출신 변호사가 실무수습 기간 중에 받는 급여는 월 200만원 이하인 경우가 무급(11%)을 포함해 6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도 최저월급이 126만원인데, 100만원 이하도 24%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욱 변협 교육이사는 "실무수습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불합리한 처우를 한다고 해 곧바로 최저임금법 위반이거나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실질적으로 실무수습 변호사들의 불리한 지위를 이용해 노동력을 착취한 사례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무수습 변호사 역할 확대해야 = 실무수습 변호사의 업무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무수습 변호사는 소송서류 작성의 보조 또는 법률상담 보조 등의 업무만을 처리할 수 있을 뿐 사실상 변호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사건 수임 뿐 아니라 법무법인 등에서 담당 변호사로 지정될 수도 없어 지도 변호사와 함께 법정 변론에 참여할 수도 없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6개월 실무수습을 마친 변호사는 그때부터 법률사무소를 단독으로 개설하고 법무법인의 구성원 변호사로 가입할 수 있고, 사건수임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소송대리인 또는 변호인으로 변론을 할 수 있다"며 "실습기간 중에는 절대로 허용하지 않던 행위를 6개월만 지나면 완전히 풀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습기간 중에도 지도 변호사와 공동으로 사건을 수임하고 공동으로 변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영국·독일·프랑스의 경우 실무수습 변호사에게 일정 부분에서 실제 변호사 업무를 허용하되, 지도 변호사의 감독 내지 책임을 수반시키고 있다"며 "경미한 사건(소액 사건 등)의 단독 수임이나 지도 변호사와의 공동수임 또는 법무법인 등에서 공동으로 담당변호사가 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 실무교육의 내실화를 전제로, 변호사시험 합격 후 실무수습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 변호사는 "현재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만으로 실무교육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다수 존재해 당장 폐지는 다소 이르다"면서도 "법전원의 평가를 엄격히 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인가 축소 등을 통해 실무교육을 내실화 한 후에는 6개월 실무수습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도 "장기적으로 현행 실무수습 제도는 폐지하고 변호사법상 '변호사의 연수교육'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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