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중재행보 본격화

"[평양정상회담 1년] 다시 주목받는 문 대통령 중재자 역할" 에서 이어짐

이같은 흐름은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져 한반도 비핵화가 가시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은 합의 없이 끝났고 북미간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는 한동안 교착상태를 이어갔다.

다시 대화를 재개할 단초가 마련된 것은 6월이 되어서다. 6월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남북미 정상들은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갖고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북미간 비핵화 협상을 위한 실무팀을 구성하는 등 실질적인 대화를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 등으로 예상보다 늦어지긴 했지만 조만간 북미간 비핵화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달 9일 전격적으로 대화 재개를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만남은 항상 좋은 것"이라며 화답한 바 있다.

문제는 그동안 북미가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커다란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는 점이다. 미국은 비핵화의 '최종상태'를 정의하고 로드맵을 그리는 포괄적인 합의를 원하는 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시작으로 단계적인 비핵화와 상응하는 조치들이 병행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문 대통령의 역할이 기대되는 것도 이 대목이다. 북미간 비핵화 방법론의 세부사항에 대해 이견을 좁히는 데 문 대통령이 얼마나 역할을 할지 관심을 모은다. 특히 북한이 16일 외무성 담화에서 체제 안전 보장 문제와 제재해제가 논의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문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따른 '상응조치'와 관련해 미국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초강경파인 볼턴을 경질하는 등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성공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커서 협상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며 "비핵화 협상이 성공하기 위해선 미국 뿐 아니라 북한도 셈법을 바꿔야 하는 만큼 문 대통령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을 설득할만한 미국의 일정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직접 설득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대북 특사나 번개회동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다면 비핵화의 큰 진전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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