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출마자 대거 참여

"황 대표 삭발로 끝냈어야"

"공천 힘든 의원들" 비판도

자유한국당 구성원들이 너도 나도 '삭발투쟁'에 뛰어들면서 당초 취지와 효과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공천을 의식한 경쟁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9일 최교일 장석춘 백승주 이만희 김석기 등 한국당 소속 경북 의원들과 경기도당 위원장인 송석준 의원은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단체로 삭발투쟁에 들어갔다.

송 의원은 "민심을 거스르고 외면하는 문재인정부의 인사폭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삭발하는 이주영 국회부의장 | 이주영 국회부의장이 18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한국당 삭발투쟁은 11일 박인숙 의원과 김숙향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이 처음으로 시작했다. 추석연휴 직후인 16일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감행하면서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다.

17일에는 강효상 의원이 동대구역 앞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 송영선 전 의원이 광화문 앞에서 삭발을 했다. 18일에는 5선 중진인 심재철·이주영 의원과 잇단 막말로 논란을 낳았던 차명진 전 의원이 청와대 앞 최고위-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삭발에 동참했다.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18일 김순견 전 경북부지사는 부인과 함께 포항시청 앞에서, 비슷한 시각 상주 중앙시장 입구에서는 박영문 한국당 당협위원장이 삭발을 했다. 오후 3시에는 대구시 수성구 대구시당 사무실 앞에서 정순천 수성갑 당협위원장이 삭발했다.

창원에서도 한국당 시의원 4명이 삭발을 했다.

황 대표의 삭발투쟁은 여러모로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조국 공세'의 동력을 이어가는 데 일단 성공했고, 예상밖의 강수를 둠으로써 제1야당으로서의 결기를 보여준 데다 당내 장악력도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삭발투쟁은 오히려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온다.

당대표에 비해 중량감 떨어지는 인사들의 '너도나도'식 삭발은 당초 황 대표가 줬던 충격을 오히려 약화시키는데다 참여자 대다수는 내년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인물들이라 진정성을 의심받기 쉽다는 것이다. 한 한국당 의원은 "황 대표 (삭발) 이후에는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를 두고 국민들이 판단할 시간을 줘야 했는데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효과가 반감됐다"며 "공교롭게 내년 총선 공천이 불투명하다고 평가받는 인물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재선의원도 "삭발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총선 공천용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황 대표 삭발로 끝을 냈어야 했는데 지도부가 실기를 했다"며 "진짜 투쟁은 선거법 통과 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수영 디아이덴티티메시지전략연구소 소장은 "동어반복적인 삭발은 제1야당이 이미지정치에 매몰되는 것처럼 비치는 위험이 있고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오해를 낳을 소지가 크다"며 "다음 삭발이 아니라 다음 전략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걸 최세호 기자 claritas@naeil.com

이재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