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비 1조원 투자, 6년만의 성과 … 세계 5번째 독자모델 보유국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산중공업은 19일 경남 창원 본사에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초도품의 최종 조립행사를 개최했다.

현재 제조공정율은 95% 수준으로 연내 성능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시험에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와 함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5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한 한국형 표준 가스터빈 모델개발 국책과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동안 해외제품에 의존했던 발전용 가스터빈의 국산화를 목적으로 실시한 과제다.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 조립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두산중공업 제공


정부가 600억원을 투자했고 두산중공업도 1조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었다. 이번 국책과제에는 두산중공업과 함께 국내 대학 21개교, 정부 출연연구소 4곳, 중소중견기업 13개사와 발전사가 함께 참여하고 있어 산학연 협력에 성공했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 =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이 모델은 출력 270MW, 복합발전효율 60% 이상의 대용량·고효율 가스터빈이다. 부품 수만 4만여개에 이른다. 가스터빈 내부에 450개가 넘는 블레이드(날개)가 있는데 블레이드 1개 가격이 중형차 1대 가격과 맞먹는다.

또 가스발전(LNG)의 초미세먼지(PM 2.5) 배출은 석탄발전의 1/8, 직접 배출되는 황산화물·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은 석탄발전의 1/3 이하 수준으로 친환경적이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릴 만큼 여러 분야에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고난이도 핵심기술은 △1500℃ 이상의 가혹한 운전조건에서 지속적으로 견디는 '초내열 합금소재 기술' △복잡한 형상의 고온용 부품을 구현하는 '정밀주조 기술' △대량의 공기를 24:1까지 압축하는 '축류형 압축기 기술' △배출가스를 최소화하는 '연소기 기술' 등이다.

이종욱 두산중 기술연구원 박사는 "발전용 가스터빈은 항공기 제트엔진을 모태로 출발했지만 시장요구에 따라 급격한 기술발전을 이루었다"며 "1500℃가 넘는 고온에서 안정성과 내구성을 보증하는 첨단소재 기술 등 이번에 개발한 270MW 모델에 적용한 일부 기술은 항공용 제트엔진의 기술력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한 국책과제 모델은 한국서부발전이 추진하는 500MW급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공급돼 2023년 상업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이 외에도 최신 사양의 후속 가스터빈 모델(380MW급), 신재생 발전의 단점으로 꼽히는 간헐성 보완을 위한 100MW급 중형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수입대체 효과 2030년까지 10조원 = 현재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스터빈은 총 149기로 전량 해외기업 제품이다.

가스터빈 구매비용 약 8조1000억원에 유지보수, 기타 부대비용 4조2000억원을 더하면 약 12조3000원에 이른다.

이승재 두산중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2017년 발표된 8차전력수급기본계획과 노후 복합발전소, 석탄발전소 리파워링을 고려하면 가스터빈이 필요한 신규 복합발전소는 2030년까지 약 18GW 규모"라며 "여기에 국내산 가스터빈을 사용할 경우 약 10조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지보수, 부품교체 등 서비스사업과 해외시장 진출까지 포함하면 파급효과는 훨씬 커진다. 미국의 IHS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세계적으로 2018년부터 2028년까지 총 432GW의 가스발전이 신규 설치될 것으로 전망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외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통해 2026년까지 가스터빈 사업을 연 매출 3조원, 연 3만명 이상의 고용유발효과를 창출하는 주요사업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2017년 미국에서 가스터빈 핵심부품에 대한 정비, 부품교체, 성능개선 등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는 DTS도 인수했다. DTS는 현재 국내 상업운전 중인 대부분 가스터빈 모델을 운영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박지원 두산중 회장은 "이번 가스터빈 개발은 국내 230여개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는 산업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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