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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정년연장 공론화’ 시도, 정부 속내는

가속도 붙은 고령화에 생산인구 줄어 ... ‘60세 정년’ 고집하면 사회비용↑, 삶의 질은↓

등록 : 2019-09-19 12:18:17


정부가 사실상 정년연장 공론화에 불을 당겼다. 18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계속고용제도’ 도입 여부를 2022년까지 결정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계속고용제도란 기업에 60세 정년 이후로도 일정연령까지 근로자의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등 고용연장 방식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반발 등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정년연장’이란 말을 ‘계속고용제도’로 순화시킨 것으로 사실상 ‘정년연장 공론화’로 받아들여진다.

정부는 단기 과제로는 60세 이상 고령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지급하는 근로자 1인당 지원금과 장려금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기로 했다.

◆ 매년 80만명 노동시장 이탈 = 정부가 ‘정년연장’을 거론하는 이유는 저출산·고령화로 노동시장의 판도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를 나이순으로 줄 세울 때 한가운데 위치한 중위연령은 2017년 42살이다. 하지만 2067년이면 62.2살까지 올라간다. 60살 정년을 유지할 경우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은퇴자가 된다는 뜻이다.

결국 일을 할 생산인구는 급격히 줄고, 정부가 연금 등 공적보조를 통해 부양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도 하향평준화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100세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40년(20~60세) 일하고 40년은 노는’ 기형적인 노동시장 구조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년연장 논란에 불을 지핀 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그는 지난 5월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베이비부머 세대가 매년 80만명 정도씩 노동시장을 이탈하고 있는데, 이들의 노후 대책이 미흡해 큰 사회적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정년연장 등 이슈에 대해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년연장’ 표현에 조심스런 정부 = 하지만 이번 발표에선 정부가 추진할 ‘과제 목록’에 정년연장을 포함하지 않았다. 대신 현행 60세인 법정 정년 연장 문제는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수준에 그쳤다. 그만큼 이 문제의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법적 정년은 기업들이 노동자를 최소한 몇살까지는 고용해야 한다고 하한선을 의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에는 인건비 부담을 늘리고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9일 “정년연장 문제는 지금부터 사회적 공론화를 해야 할 중요한 문제지만, 정부가 목표한 2022년에 도입여부가 결정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결론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 과정은 단계적으로 결정은 시장이 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그만큼 정년연장에 걸린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정년연장 논의가 시작됐다고 해도, 실제 법이 통과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의 ‘60세 정년’이 정착된 것도 대법원 판결(1989년)과 법 시행(2016년) 사이에 24년의 시차가 있었다. 24년간의 기나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있었다는 얘기다.

◆ 인구구조 변화, 충격 예고 = 그럼에도 정부가 정년연장 도입 문제를 꺼내든 이유는 향후 인구구조 변화가 대충격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65살 이상 고령층은 연평균 48만명씩 늘어난다. 이 기간 한국전쟁 직후 출생한 베이비붐(1955~63년생) 세대가 급속도로 고령층에 진입한다. 이에 따라 올해 769만명인 노인 인구(65살 이상)는 2020년 813만명, 2024년 995만명 등으로 늘어 2025년이면 1000만명을 넘어설 예정이다. 45년 뒤에는 60살 정년을 유지할 경우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은퇴자가 된다.

고령자 비율이 이렇게 증가하면 복지 지출 부담도 빠른 속도로 커질 수밖에 없다. 급격한 고령화는 개인에게도 삶의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노후 준비가 부족한 베이비붐 세대가 일자리에서 밀려날 경우 노인빈곤율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이미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 가운데 최하위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년연장 논의 속에는 세대·계층·빈부 등 다양한 갈등 가능성을 안고 있고,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장 개혁이란 복잡한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는 ‘사회적 대타협’에 준하는 과정을 천천히 밟아나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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