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대상인 기업에

비감사업무 제공

우리나라 분식회계

금전제재와 비슷

글로벌 회계법인 중 6위에 해당하는 RSM이 감사인 독립성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미국에서 95만달러(한화 11억원)의 벌금형 처분을 받았다.

감사인 독립성 문제가 아니라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한 부실감사 등’ 중대한 위반으로 우리나라 회계법인이 부과받는 과징금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1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RSM의 미국 법인이 감사 수임계약을 맺은 15개 기업에 대해 비감사 서비스를 제공해 ‘감사 수행 중인 기간에 이들 기업들에 대한 특정 비감사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명시한 독립성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회계법인은 감사계약을 체결한 기업에 대해 기업 경리와 총무대행 업무, 자금조달 및 중개업무, 급여관리 업무대행, 투자자문 서비스 등의 비감사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재무제표 등을 감사해야 할 기관이 회계업무 등에 직접 개입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감사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이해상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RSM이 2014년과 2015년에 발행한 100개 이상되는 기업의 감사보고서에 이들 기업과의 비감사 용역 관계에 대해 공시하지 않아서 공시 규정을 위반했다고 SEC는 밝혔다.

SEC의 성명서에 따르면, RSM은 벌금뿐만 아니라 회계법인의 내부 준법감시부서에 대해 현재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평가하기 위해 독립적인 컨설턴트를 고용하는데 합의했다.

SEC 집행부문 담당자인 캐롤린은 “SEC의 감사인 독립성 규정은 명확하게 회계법인이 특정 비감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회계법인은 독립성에 대한 합리적인 인증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및 관련 절차, 훈련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계속적으로 독립성에 대해 모니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RSM의 대변인은 SEC의 명령에 대해 “감사인 독립성의 근간이 되는 요소인 객관성 또는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며 “RSM은 비감사 용역을 수행할 때 독립성 규정의 적용 및 영향에 대해 점검하려 하는 SEC와 회계업계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6위 회계법인으로 평가받는 RSM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내에서 5대 회계법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공인회계사법은 공인회계사와 회계법인의 직무제한 조항을 두고 있다. 감사계약을 체결한 기업에 대해서는 △회계기록과 재무제표의 작성 △내부감사업무의 대행 △재무정보체제의 구축 또는 △운영 자산 등에 대한 실사·재무보고·가치평가 등을 제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돼 있다. 회계법인들도 제재를 받는다. 하지만 제재 강도가 높지는 않다.

대규모 분식회계가 드러난 대우조선해양 사건에서 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은 감사절차 부실과 감사절차 소홀, 비감사용역 제공(독립성 위반), 거짓 자료 제출 등으로 1년 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과징금은 16억원, 과태료는 2000만원에 그쳤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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