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강화 등 개선책 마련

"담합·로비·독과점 해소"

경기도가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 작품 선정, 특정 작가 독과점 등의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해 개선책을 마련했다.

경기도는 18일 '공정한 건축물 미술작품 시장 조성을 위한 경기도 미술작품 심의위원회 구성현황과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도가 공공미술 시장의 예술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자체 최초로 추진하는 '건축물 미술작품 공모 의무화' 제도 시행을 위한 조치다. 도는 연면적 1만㎡ 이상의 공동주택(민간임대주택은 제외)과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에서 건축물을 지을 때 설치하는 미술작품을 건축주가 공모를 거쳐 제작·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해 올해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조례에 근거해 도는 공모를 거쳐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위원회를 지난 6일 새로 구성했다. 종전 80명이던 심사위원단(풀)을 55명으로 축소하는 대신 전문성과 공정성을 강화했다. 새 심의위원단에는 당연직 도의원 5명과 미술 분야 44명, 건축·조경·공간·안전 분야 6명이 위촉됐다.

월 1회 심의 때에는 이들 중 10명 이내를 소집해 심의를 진행한다. 심의 일관성 유지와 책임감 부여 차원에서 도지사가 위촉한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매번 심의에 참여한다.

심의위원은 임기(1년 단임) 중에 건축물 미술작품을 출품할 수 없고, 이해관계가 있으면 해당 심의에서 제척·기피·회피된다. 예를 들어, 심의위원이 속한 대학이나 협회 또는 단체, 심의위원이 관계된 화랑이나 대행사의 작품이 출품되면 심의에 참여할 수 없다. 심의위원과 이해당사자 간 연결고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1월 내려진 이재명 지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현행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르면 연면적 1만㎡ 이상의 건축물을 지으려면 건축비용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술작품 설치에 사용하거나 문화예술진흥기금에 출연해야 한다. 이 제도는 1972년 도입돼 1995년부터 의무화됐다.

그러나 건축물 미술작품 시장에서는 20여년간 불공정한 관행이 암묵적으로 지속됐다. 건축주는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미술품을 구매하고 계약을 대행하는 중개인이 수수료를 챙겨가고 작가는 최소한의 재료비와 제작비만 받는 관행이 이어졌다고 도는 설명했다.

도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간 경기도에 설치된 작품 1172점 중 40%가 설치 건수 상위 10% 작가에게 집중됐다. 이런 독과점은 전국 곳곳에 비슷한 작품이 설치되는 폐단으로 이어져 시민의 예술작품 감상 기회 확대와 작가의 창작환경 보호라는 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장영근 도 문화체육국장은 "건축주와 미술품 제작업체 간 가격담합과 이중계약, 특정 작가 독과점, 화랑과 대행사 로비, 학연·지연에 따른 불공정 심의 등 여러 문제가 오랫동안 산적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생활적폐 청산 주요과제' 중 하나"라며 "불공정 관행을 없애 작가에게 창작에 전념할 기회를, 도민에게 일상에서 우수한 미술작품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경기도가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의 반발과 논란도 예상된다. 올해 2월 도가 관련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자 한국화랑협회는 조례의 위법성과 건축주의 기본권(계약의 자유) 제한 등을 지적했고 한국조각가협회는 공모에 최적화된 작가를 양산하는 부작용 등을 이유로 반대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조례가 의결되자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조례의 일부조항이 문화예술진흥법을 위반했다며 도의회에 재의 요구할 것을 도에 지시했으나, 도는 이를 거부하고 조례를 공포했다.

현재 건축물 미술작품은 전국에 1만7859점, 이중 경기도에 27.4%인 4890점이 설치돼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년 미술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전체 미술시장의 총 거래금액 4천942억원에서 건축물 미술작품은 879억원 규모로 17.8%를 차지한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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