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유교 자본주의' 덫으로 표현 … '산업의 양반' 재벌이 '장인' 중소기업 착취하는 구조

니혼게이자이신문 칼럼

한일갈등, 정치적 타결 강조

일본의 한 언론이 한국이 소재와 부품산업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조선시대 이후로 '장인'(匠人)을 경시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인을 경시한 데는 조선시대 유교의 전통이 자리잡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한국 경제가 상처를 입으면 일본도 무사하지 못하다면서 두 나라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일본의 유력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일 카시자와 마코토 해설위원의 '한국, 유교자본주의 덫'이라는 칼럼에서 "7월 이후 일본과의 무역전쟁을 계기로, 한국시장에 조용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칼럼은 이러한 근거로 한국 주식시장이 다른 주요 시장과 달리 회복이 더디고, 원·달러 환율이 연초대비 10% 가까이 상승한 점 등을 꼽으며 '미니 한국세일'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아베, 뉴질랜드 총리와 럭비공 정상회담 |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가 19일 일본 도쿄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국기가 그려진 럭비공을 교환했다. 일본언론은 20일부터 도쿄 등 일본 각지에서 열리는 세계 럭비월드컵을 계기로 각국 정상이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진 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는 그러면서 "한국이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한 수출로 성장했지만, 기술적으로 일본에 의존하면서 무역적자가 확대됐다"며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한국의 '불편한 진실'을 그래도 노출시켰다"고 했다. 신문은 한국의 산업 및 기업구조의 문제점으로 부품·소재산업을 떠받치는 중소기업의 약화를 핵심적인 문제로 거론하면서, 그러한 배경으로 조선시대부터 사회를 지배해 온 유교적 풍토와 이에 따른 장인에 대한 경시를 들었다.

카시자와 해설위원은 "유교는 14세기 경 한반도에서 독자적인 진화를 이뤘고, 지금도 사람들의 생활에 뿌리 깊게 남아 있다"면서 "유교를 보급해 온 양반 특권계급 사이에서 '장인'이 경시됐다. 농·공업에서 요리까지 물건을 만드는 일이 존경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풍토가 1950년대 한국전쟁의 폐허 위에 제조업을 부흥시키는 과정에서 양반(재벌)과 장인(중소기업)의 차별로 구체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교자본주의의 풍토가 소재·부품 산업, 특히 이를 지탱하는 중소기업의 약화를 불러왔다"며 "이후에도 '산업의 양반'인 재벌은 하청업체에 저가의 납품을 요구했고, (중소기업은) 기술혁신을 위한 자금 여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일본 주요언론은 19일 조간신문에서 지난 8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 수가 지난해보다 48%가 줄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신문은 "한국 시장에 '조용한 불안'이 커지는 것은 각종 문제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대로 약 2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고, 출산율은 1.0명을 밑돌고, 노동인구의 감소와 생산성의 저하로 잠재성장률은 서서히 0%에 수렴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신문은 한국 경제가 상처를 입을수록 일본도 부담스럽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양국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칼럼은 "한국경제가 깊은 상처를 입으면, 수출의 7%를 한국에 의존하는 일본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면서 "한국도 일본도 시장이 심각한 반란을 일으키기 전에 선택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그러면서 "서로에 상처를 주는 소모전을 없애야 한다"면서 "서로 '윈윈'관계를 재구축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정치가 결단할 때"라고 했다.

한편 일본의 주요 언론은 19일 한국의 여행 불매운동으로 8월에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이 반토막났다는 통계를 1면 머리기사로 비중있게 다뤘다. 도쿄에서 발행하는 주요 일간지 6개 가운데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산케이신문 등이 전날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발표를 1면 기사로 다뤘다.

일본정부관광국이 발표한 외국인 여행자 통계(추계치)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찾은 한국인 여행자 수는 30만87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0% 줄었다. 감소폭은 불매 운동이 시작된 첫 달인 7월 감소폭(7.6%)의 6배에 가깝다. 아사히신문은 "한일간 대립 완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본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해 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또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지난달 일본 식품의 한국에 대한 수출이 지난해 8월에 비해 40% 가량 줄어들었다는 점에 주목하며 아사히 맥주와 삿포로 맥주의 한국 판매가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일본정부의 4000만명 관갱객 유치가) 목표 달성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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