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관장 회의 정례화, 일선에선 아직 찬바람 ... 잠재적 갈등요인 여전, 금감원 수뇌부 인사설도

대화 나누는 은성수 위원장과 윤석헌 원장 |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찾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금감원을 직접 찾는 것은 2015년 3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진웅섭 금감원장을 만난 후 4년만이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만나 두 기관의 갈등관계를 종식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시절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두 기관의 분위기는 금융위원장 교체 이후 화해 무드로 바뀌고 있다.

19일 금융위원장으로서는 4년반 만에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을 방문한 은 위원장은 “금융기관은 금감원이 문턱이 높다고 하고 금감원은 금융위 문턱이 높다고 한다”며 “금융사 금감원 금융위가 모두 한 팀이 돼서 소통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윤 원장은 “은 위원장을 잘 보필해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도록 하겠다”며 “위원장님 방문을 계기로 은행권, 감독원과 금융위 문턱이 닳아 없어져서 소통이 잘되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에서는 두 수장이 실제로 협력과 소통의 진정성을 갖고 만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기관간 갈등의 골이 깊었고 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두 기관의 갈등은 수장의 불편한 관계에서 출발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윤 원장이 소신을 굽히지 않고 고집이 너무 세다는 데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산업 정책을 펼치는 데 금감원이 제대로 협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원장님은 교수 시절에도 이렇게 주장하셨겠습니까”(금융위 전체회의) 등 최 전 위원장의 발언으로 인해 감정의 골이 상당히 깊어졌다는 후문이다.

두 수장의 관계는 기관 간 갈등으로 이어졌고 금융위가 금감원의 예산을 삭감하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결국 최 전 위원장이 물러나고 은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갈등해결의 물꼬가 터진 것이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변화의 움직임이 크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풀리겠지만 갈등이 재발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은 상존해 있다.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하고 정책적 이슈에 대한 시각차이도 크다.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 무게를 두고 있는 금감원은 금융정책에 대해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두 기관장이 협력과 소통을 강화했지만 특정 사안을 놓고 충돌할 경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인적 구성이 바뀌지 않는 한 화해 분위기가 조직 전체로 확대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의 경우 최 전 위원장이 물러나고 당시 김용범 부위원장(현 기재부 1차관)이 교체되는 등 수뇌부의 인적 구성이 바뀌었다. 반면 금감원은 변화가 없다.

최근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수출입은행장 후보로 거론되는 등 금감원 수뇌부에도 조만간 인적 변화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일고 있다. 유 수석부원장과 원승연 부원장은 2017년 11월 임명돼 조만간 임기 2년을 맞는다. 권인원·이상제 부원장은 2017년 12월 임명됐다. 금감원 부원장 교체설은 이들이 임기 2년을 맞으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두 기관의 갈등을 해소하려면 결국 인적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갈등을 겪었던 관계가 두 기관장의 만남으로 극복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두 기관은 소통 강화방안으로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2인 회의’를 정례화 하기로 했다. 매월 첫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개최 전후로 만나 소통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금융위와 금감원 부기관장회의를 내실화해서 주요 정책과제에 대한 조율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부위원장과 사무처장, 상임위원과 증선위원이 참석하고 금감원은 수석부원장과 부원장이 참석하는 회의로 월 1회 열고 현안이 있으면 수시로 만남을 갖기로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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