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태양이 내뿜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 빛과 열은 지구상 대부분의 생물의 성장과 생육에 영향을 끼친다. 매일 해가 뜨는 덕분에 지구상의 생물들은 오늘도 무탈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식물은 빛과 이산화탄소, 물을 이용해 탄수화물을 만들어 과실, 줄기, 뿌리 등 여러 기관으로 보냄으로써 생장을 하는데 꼭 필요한 광합성 활동을 한다. 햇빛이 부족하면 식물의 모든 기관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해 수확을 할 수 없게 된다.

비타민D 부족은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무실에만 앉아있는 사람들도 비타민D 보충을 위해 하루 한 번이라도 야외에 나가 햇빛을 받는 게 좋다.

광섬유로 태양광을 실내로 들여와

이렇듯 태양은 우리 삶에 매우 유용하다. 현재는 태양광 발전 시설을 만들어 태양광 에너지를 태양전지를 통해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 활용하고 있는데 실외가 아닌 실내에서도 태양광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태양광을 밖에서 모아 에너지 변환 없이 실내에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실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식물들의 광합성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태양광을 모아 광섬유(fiber)를 통해 실내로 들여와서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태양광 공급장치는 집광부, 광전송부, 산광부로 이뤄져 있다.

집광부는 비구면 볼록렌즈 형태로 제작됐으며, 일출부터 일몰까지 햇빛을 추적해 빛을 모을 수 있도록 광 추적장치가 부착돼 있다. 이렇게 모은 빛을 전송하는 방법은 광덕트 방식, 광섬유 방식, 광파이프 방식 등이 있다. 광덕트 방식은 대용량 광원을 전송할 수 있고, 광파이프 방식은 파이프에 물을 흘려보내듯 태양광을 전송할 수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광원 배치가 자유롭고 먼 거리까지 광을 전송할 수 있는 광섬유 방식을 사용했다.

광섬유 방식에는 시공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전송률이 좋은 유리 광섬유(Glass Optical Fiber)와 시공성이 우수하지만 유리 광섬유에 비해 전송률이 떨어지는 플라스틱 광섬유(Plastic Optical Fiber)가 있다. 이 실험에서는 광 전송률이 좋은 유리 광섬유를 선택했다. 본 장치의 성능을 분석한 결과, 모아진 태양광이 광섬유를 통해 실내로 들어왔을 때 광섬유 끝에서 거리가 가까울수록 광도가 세고 멀어질수록 약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광섬유 끝에서 15cm 정도 떨어졌을 때 태양광의 약 22% 정도 수준으로 나타났고, 5cm나 10cm 거리에서는 그 이상 세기를 보여 작물 재배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인공광으로 채소를 생산하여 판매하는 식물공장이 세계적으로 많이 생기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식물공장은 외부 환경과 격리된 실내에서 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태양광을 사용하기보다는 대부분 인공광인 LED, HID 등을 사용하고, 온도와 습도 등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작물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실내에서 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지역이나 외부 환경의 변화와 관계없이 작물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많은 광량을 공급해야 식물공장 가능

그러나 인공광은 태양광에 비해 광량이 부족해 많은 광량이 필요한 과채류 등에는 적용하지 못하고 적은 광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작물에만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식물공장에서도 높은 광량을 필요로 하는 작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광량을 내는 새로운 전등을 개발하거나 태양광 자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 중인 태양광 공급 장치는 현재 연구 초기 단계로 많은 작물에 바로 적용은 어렵지만 새로운 집광장치의 개발과 광전송 기술, 비가 오거나 구름이 낀 날을 대비해 LED 전등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기술 등이 개발되면 실내에서도 태양광을 활용해 고품질 작물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