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택 전남 광주 동구청장

세계적 그룹 구글 CEO가 그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는 구독자 100만명 유튜버.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출간하고, 선보이는 콘텐츠마다 수천 개 댓글이 달리는 인플루언서. 방탄소년단을 머릿속에 떠올렸다면 틀렸다.

올해 72세가 된 박막례 할머니 이야기다. 그녀의 콘텐츠는 거창한 담론이나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옆집 할머니의 일상을 특유의 입담과 함께 재치있게 풀어낸다. 식당에 가서 키오스크로 음식 주문하기, 영화 리뷰하기, 카약 타기 등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도 거침없는 이야기로 10대~30대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으며, 세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1인 미디어 시대에 걸맞는 축제

유튜브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저 노래나 뮤직비디오, 영화 등을 쉽게 볼 수 있는 도구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불특정 다수에게 선보이면서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러한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영리한 크리에이터들은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그들은 게임, 먹방, 고민상담, 일상 얘기 등 기존 매체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분야의 콘텐츠를 생산했다. 시청자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유튜버들에게 환호했고, 그들은 유명인사가 됐다.

유튜브는 거대한 자본력 없어도 창의적인 기획력과 콘텐츠, 그리고 양방향 소통을 통한 대중들의 수요가 반영된다면 누구나가 성공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전성시대’를 열어주었다.

유튜브 뿐일까. 축제도 마찬가지일 테다. 막대한 예산 없이도 방문객들을 만족시킬만한 훌륭한 콘텐츠만 갖춘다면 멀리서도 찾아오는 축제가 가능할 것이다.

광주를 대표하는 ‘추억의 충장축제’는 ‘추억’이라는 차별화된 콘셉트로 대한민국 최우수축제 반열에 올랐다. 충장축제는 4년 연속 ‘대한민국 축제콘텐츠대상’이라는 쾌거에 이어 지난 8월에는 ‘대한민국 빅데이터 축제대상’에서 혁신경영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충장축제는 ‘추억, 세대공감!’을 주제로 10월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5·18민주광장, 충장로·금남로·예술의거리 일원에서 성대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올해 축제 키워드는 청바지, 추억의 영화, 아시아. 먼저 시민들이 기부한 750여 벌의 청바지·청자켓을 활용해 축제 곳곳에 상징조형물을 만들고 청년들로 구성된 ‘청바지 서포터즈’가 축제의 활력을 이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근 신서석로에 조성될 ‘테마의 거리’는 전파사, 사진관, 문방구 등 16개 세트장 외에 추억의 영화 포스터전시, 포토존, 변사극 등 그 옛날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 체험거리들이 마련되어 있다.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시장을 겨냥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야심차게 선보인다. 아시아음식문화지구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컬처&푸드페스티벌과 연계해 아시아 유명 퍼포먼스팀이 내한해 고품격공연을 펼친다.

이 밖에 축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충장 거리퍼레이드’는 광주 5개 자치구별로 특화퍼레이드를 펼치고 동아리, 다문화가족 등 총 60개 팀, 5000여 명이 행렬에 참가한다.

남도의 ‘맛 멋 정’ 흠뻑 느끼길

독일을 대표하는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는 1810년 왕실결혼을 기념해 개최된 경마경기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 뮌헨시 주관으로 축제가 안정적으로 개최되면서 맥주판매, 놀이기구, 공연장 설치 등 축제규모와 콘텐츠를 점점 확대해 지금은 한해 600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민속축제가 됐다.

세계 공통의 감성코드인 ‘추억’을 소재로 한 충장축제도 옥토버페스트와 같은 지구촌축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기를 꿈꾼다. 광주의 가을을 추억과 낭만으로 수놓을 충장축제에서 남도의 맛, 멋, 정을 흠뻑 느껴보시길 권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