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드라마가 워싱턴의 다른 사안들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어지간한 빅뉴스가 아니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공식 탄핵조사에 모두 파묻히고 있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속전속결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끝내고 적어도 하원 전체회의에서 단순과반수의 지지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상원의 탄핵재판에선 결국 무죄평결을 받아 살아남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오히려 대통령 탄핵 카드를 꺼내든 민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엄청난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탄핵드라마가 정치드라마로 전개되고 있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공개석상에서 얼굴을 붉히며 대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그의 강심장도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의 탄핵은 피하지 못해 미 역사상 세 번째로 하원에서 탄핵당하는 대통령이란 오명을 쓸 것으로 불안해하고 있다.

트럼프 탄핵 티셔츠

이와 함께 탄핵이란 임피치(Impeach) 단어철자와 복숭아(Peach)라는 피치가 같은 것을 착안해 복숭아 디자인을 이용한 트럼프 탄핵지지 상품들이 온라인에서 열풍을 일으키며 팔리고 있고 트위터 메시지들도 널리 퍼지는 등 진풍경도 펼쳐지고 있다.

격노하는 트럼프 '탄핵 불안해졌나'

리얼리티 쇼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요즘에는 공개 석상에서 얼굴을 붉히며 격노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 탄핵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핀란드 대통령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탄핵조사를 불러온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집요하게 묻는 기자 질문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대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묻는 로이터 기자에게 "내 말 듣고 있나. 난 이미 길게 답변했다. 여기 핀란드 대통령이 있다. 무례하다"고 소리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의혹은 다 거짓말이다. 이런 거짓말을 누가 하는가. 바로 당신 같은 사람들, 가짜뉴스 미디어"라며 격노했다.

정치전문지 더 힐은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트럼프 기준'으로 봐도 유달리 격했다"며 탄핵에 대한 불안감과 분노를 드러낸 것으로 보도했다.

CNN 방송은 "2016년 러시아 스캔들 때와는 달리 이번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앞으로 탄핵조사에서 추가로 드러날 사안들로 하원 탄핵 표결은 물론 내년 11월 재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불안과 격노를 표출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미국에 부는 때 아닌 '복숭아 열풍'

트럼프 탄핵 드라마는 미국에서 때 아닌 복숭아 열풍을 불러오고 있다. 실제 복숭아가 아니라 복숭아 디자인을 이용한 상품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의회 전문지 더 힐은 최근 트럼프 탄핵정국 속에서 때 아닌 복숭아 디자인 열풍이 불고 있다고 보도했다. 탄핵하다(Impeach)과 복숭아(Peach)의 영문 철자가 거의 같기에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재빨리 이 단어들을 이용해 디자인한 티셔츠와 모자 등을 인기리에 팔고 있다. 두 곳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팔리고 있는 티셔츠를 보면 '탄핵하다'라는 'Impeach' 단어를 새겨 넣고 그 위에 트럼프 머리모양에 복숭아 그림을 그려 넣고 있다. 임피치를 떼어 읽으면 아엠 피치가 되기 때문이다.

그 주변에는 메이드 인 우크라이나라는 글로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알리고 있다. 이 상품 판매자들은 "대통령 탄핵 지지를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복숭아 파이와 함께 선물하면 좋다"고 독려하고 있다.

미의사당 앞에서 '트럼프 탄핵' 시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활동가들이 26일 (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탄핵'(IMPEACH)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라는 영어 'whistle blower'를 상징하는 호루라기 이미지를 넣은 모자도 지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절찬리에 팔리고 있다. 트럼프 탄핵 지지 상품들이 온라인에서 팔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트레이드 마크인 트위터 상에선 탄핵을 뜻하는 'Impeachment'를 그대로 쓰지 않고 Im다음에 복숭아 이모티콘을 넣은 다음 Ment를 붙여 트럼프 탄핵 지지 메시지로 널리 퍼뜨리고 있다

'하원탄핵 당해도 상원재판 이긴다'

불안과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탄핵드라마 전개와 비아냥거림의 풍자 확산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강심장임을 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에는 공개리에 민주당 하원에서 탄핵소추 되더라도 공화당 상원의 탄핵재판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민주당 하원이 단순 과반수인 218명의 지지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더라도 100명중 67명이나 지지해야 하는 공화당 상원의 탄핵재판에서는 부결, 즉 무죄평결이 나올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기자들에게 "불행하게도 민주당은 나를 하원에서 탄핵시킬 표를 확보했다" 면서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것으로 각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공화당은 매우 단합돼 있다"며 "공화당 상원의 탄핵재판에서는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 예측대로 현재로서는 민주당 하원에서는 단순과반수로 트럼프 탄핵소추안을 가결할 수 있는 반면 공화당 상원에서는 탄핵재판에서 무죄평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연방하원에선 탄핵 가결 정족수가 단순과반수인 218명인데 민주당 하원의원이 이를 넘는 235명이어서 트럼프 탄핵 소추안이 가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한국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 권한은 정지되지 않는다.

더욱이 상원에서 연방대법원장 주재로 하원이 검사 역할을, 상원의원들이 배심원 역할을 해서 열리는 탄핵재판에서는 100명의 상원의원들 가운데 3분의 2인 67명이나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극히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아무리 반 트럼프 정서가 있더라도 공화당 상원의원 53명 중에서 당론에서 이탈해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질 상원의원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