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희 서울 관악구청장

프랑스 파리의 세느강, 영국 런던의 템즈강…. 세계 주요 관광도시에는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하천이 있다. 아름다운 생태계가 보전돼있으면서도 지역 자원을 활용한 문화가 연계돼있는 세계적 관광명소들이다.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이 아름다운 강들도 지금 모습을 갖추기까지 저마다 고진감래의 세월을 겪었다. 오랜 역사 속에서 한때는 산업혁명과 인구급증으로 각종 산업폐수와 생활하수가 하천으로 방류돼 심각한 생태계 훼손과 환경오염을 겪었다. 각 나라는 오염된 강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짧게는 수십년에서 길게는 수백년 가까이 상수원 관리와 환경정화 운동에 힘썼다. 차츰 생태성이 회복된 하천에는 사라졌던 어류가 되돌아오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되찾게 됐다.

생태복원에서 경제활력 증진까지 통합적 접근

생태계 복원에 힘쓴 세계는 이제 하천 본래 기능을 유지하는 치수라는 단일목적에서 나아가 홍수관리와 생태복원, 관광명소 조성과 경제 활력 증진이라는 통합적 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파리는 에펠탑 등 아름다운 건물이 즐비한 강변에 시민을 위한 레저·휴식공간을 조성해 관광지로서 매력을 높였다. 런던은 매년 9월 한달간 강을 주제로 한 ‘토털리템스’ 축제를 열어 시민들이 무료 전시회와 라이브 공연, 선상파티 등을 런던의 매력을 한껏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관악구에는 관악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안양천을 타고 한강에 이르는 총 연장 11㎞에 달하는 도림천이 있다. 이 가운데 관악에서 관리하는 구간은 서울대 앞에서 구로디지털단지역까지 총 6.7㎞다.

지난 8월부터 관악구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문화·여가 공간이자 관광지로서 가치가 재조명될 수 있도록 특화사업에 돌입했다. 과거 복개사업으로 인해 군데군데 도로로 덮인 콘크리트 구조물을 걷어내고 살아 숨쉬는 생태하천으로 되살리는 작업이 우선이다. 현재 마지막 구간인 서울대정문 앞부터 동방1교까지 상류부 작업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복원이 마무리되면 도림천을 따라 관악산까지 산책로가 연결되고 한강까지 연결되는 자전거도로가 완성된다. 산책로를 따라 관악산에 다다르면 시원한 계곡부터 치유의 숲길, 야외식물원 등 다양한 문화체험 공간이 펼쳐진다. 관악산 모험숲에서는 짚 코스터와 그물타기 등 산림레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2020년까지는 신대방역부터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을 손본다. 하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시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보행교 경사로 진입로 등을 대대적으로 정비한다. 축제의 장이 될 수변문화공간은 대수선하고 하천을 가로지르는 다리에는 경관조명을 달아 볼거리를 더할 계획이다. 정비가 마무리되면 주민들은 물론 여행객들 발길을 사로잡는 야경 명소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낡고 오래된 신림5교는 서울대와 관악산 주변 경관과 조화될 수 있는 상징적인 디자인으로 바꿔 다시 설치하고 도림천 둔치를 따라 꽃과 풀 나무를 풍부히 심어 시민들에게 쾌적한 자연의 길을 열어줄 계획도 있다. 봉림교부터 우방아파트를 잇는 관천로 구간은 오는 11월 서울시 ‘생활권 도로다이어트’ 사업에 공모해 ‘문화예술테마거리’로 조성할 구상이다. 4차선으로 돼있는 도로 폭을 2차선으로 좁히고 풍부한 식물과 휴게시설 녹색주차장을 갖춘 거리공원으로 조성해 누구든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문화휴식공간으로 재탄생시킬 생각이다.

관악산 문화·산림서비스 연계한 새로운 관광벨트

하천 고유 자연성 회복에 충실하며 문화관광 공간으로 탈바꿈을 꿈꾸는 ‘도림천 특화사업’이 끝나면 관악산까지 이어지는 생태축 보전과 함께 관악산의 문화·산림서비스와 연계한 새 관광벨트 구축이 기대된다. 지역 특색을 담은 상징성 있는 이름을 부여하고 브랜드화에 힘쓴다면 관광도시 관악구 경쟁력도 갖춰질 것이다.

세계의 강이 보여줬듯이 도림천 역시 자연 생태를 품은 매력적 문화·관광명소로 발돋움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 맑은 물이 흐르고 하천을 따라 문화예술이 펼쳐지는 시민들의 휴식공간.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사랑하는 서울의 필수 관광명소. 이를 따라 자연스레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도림천의 밝은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