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지지층 이념적·당파적 색채 더 강해 … 촛불항쟁 참여자 중 임명동의는 49.2%

 

검찰개혁 향한 태극기 물결 |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역 사거리에서 열린 '제8차 검찰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3년 전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촛불을 든 시민과 지금 조국 법무장관 임명 지지층 사이에 적지 않은 틈이 확인됐다. 촛불시민 가운데 절반 정도는 조 장관 임명에 호의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대선 당시 진보후보 지지층에서는 조 장관 임명에 더 비판적이었다. 이 같은 내용은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기획한 ‘내일신문 창간 특별기획 ‘촛불 3년,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조사에서 확인된 것이다. 조사는 한국리서치가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서 조 장관 임명을 지지하는 국민은 29.2%였다. 절반 이상인 53.7%가 ‘잘못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판단유보층(17.1%)에 적지 않은 부정평가층이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 장관 임명에 비판적인 여론은 더 늘어난다.

3년 전 촛불항쟁 참여자로 좁혀 보면 49.2%가 조 장관 임명을 지지했지만, 37.9%는 비판적 입장이었다. 여기서도 판단유보층이 12.9%나 됐다. 부정여론이 지표보다 많다는 얘기다.

이런 사실은 3년 전 촛불항쟁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FGI조사(Focus Group Interview 집단심층면접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참석자 중 일부는 “검찰개혁에 적합하지 않는 사람을 앉히는 등 불통 이미지가 커졌다”(30대), “태극기집회보고 엄청 욕했는데 그것과 다를 바 없다”(50대)라는 의견을 밝혔다.

주말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 집회에서는 ‘조국수호=검찰개혁’ 구호가 넘친다. ‘조국과 검찰개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뭇매를 맞는다. 하지만 이것도 국민여론과는 거리가 있다.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한 태도’와 ‘조국 사퇴가 개혁동력을 잃게 한다는 의견에 대한 동의 여부’를 교차해보면 이 사실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조 장관 임명에 찬성하는 사람들 중 73.2%는 ‘조 장관이 사퇴하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개혁추진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했다. 하지만 임명 지지층 중에서도 23.8%는 ‘조 장관이 사퇴하더라도 개혁동력을 잃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조 장관 임명이 잘못됐다’고 보는 비판층에서는 ‘개혁동력을 잃지 않을 것’(62.2%)이라는 응답이 ‘잃을 것’(31.7%)이라는 답변보다 2배 많았다. 판단유보층에서도 ‘개혁동력을 잃지 않을 것’(43.2%)이 우세했다.

물론 조 장관 임명에 비판적이거나 판단유보층 중에는 ‘문 대통령이 개혁동력을 잃기’를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 사퇴=개혁동력 상실’이라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약세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그러면 ‘조 장관 임명을 지지’하면서 ‘조 장관이 사퇴하면 개혁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보는 조국 임명 적극 지지층은 누구인가. 조사 결과 이들은 3년 전 촛불항쟁 참여자 중 더 진보적, 더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3년 전 촛불시민 가운데 자신이 진보성향이라고 인식하는 참여자는 40.0%였다. 하지만 조국 임명 적극 지지층 가운데 진보성향은 51.9%로 11.9%p 많았다. 촛불항쟁 참여자 가운데 민주당 지지층은 43.6%인데, 조국 임명 적극 지지층 중 민주당 지지층은 65.6%로 22.0%p 더 많았다.

이와 관련, 이지호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진영 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참여자의 이념적 당파적 색채가 더 강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권비리와 주권침해에 대한 시민저항으로서의 촛불이 진영대립으로 인해 새롭게 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조사했나]
본 조사는 내일신문 창간기념으로 '촛불 3주년'을 맞이한 한국사회를 진단해보기 위해 기획되었으며,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한국리서치가 조사를 수행하였다.

조사방법은 유무선 혼합 임의전화걸기(RDD)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CATI)였다. 조사 표본은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현황' 2019년 9월 기준 성별/연령별/지역별 인구구성비에 따라 비례 할당한 후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조사는 2019년 9월 26일부터 10월 2일까지 진행되었으며, 표본은 1200명으로 조사의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8%p였고, 응답율은 14.4% (유선 9.1%, 무선 16.6%)였다.

2019년 창간기념조사 일부 문항은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2017년 신년기획조사와 2017년 11월 '촛불 1주년'기념 기획조사와 비교·분석되었는데, 2017년 신년조사는 2016년 12월 26일부터 28일까지 한국리서치가 조사를 진행했고 표본은 1200명이었으며, 2017년 '촛불 1주년'기획조사는 ㈜서베이몹이 조사를 진행했고 표본은 1098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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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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