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 중국, 2016년 이후 라면 매출 다시 증가

2016년까지 감소세를 보여왔던 중국의 라면 매출이 지난해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자 미래 경기전망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서 라면 판매의 증가가 경기 부진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켰다면서 소비자들이 경기 전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찬반 논쟁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전쟁 중에 경기를 지탱하기 위해 소비자 지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 논쟁은 중요하다”면서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면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라면은 지난 40년간 급속한 산업화와 관련된 상징적인 소비재다. 라면 판매량은 산업 노동자의 증가와 함께 급격히 늘었다가 고급 식품을 구매하는 중국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줄어들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과 홍콩의 라면 소비는 2014년 이후 감소하기 시작했다. 부분적으로는 저렴한 테이크아웃 음식이 나온 것에 대한 영향을 받았다.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의 라면 판매량은 385억개로 감소했지만 2018년 400억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 판매량의 38.8%를 넘는 규모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라면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 프라이빗 뱅킹 아시아퍼시픽의 타오동 이사는 “업계에서는 많은 품질 개선이 이뤄졌다고 하지만, 아무리 변했다고 해도 그것은 여전히 라면일 뿐”이라면서 “라면 판매 인기는 제품의 변화로 인한 것이라기보다 소비자 선호도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슷한 이유로 저가제품이 인기가 있는 반면 자동차와 같은 사치품의 판매는 부진하다”라면서 “이 모든 것 뒤에는 소비 부진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경기 부진 여부 논쟁은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인해 최근 몇 달 동안 소매 판매 증가세가 계속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중국자동차제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승용차 판매는 8월까지 15개월 중 14개월 동안 감소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소득 증가의 둔화와 부채 수준 증가, 직업 전망에 대한 우려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언론은 이러한 시각을 일축하기 위해 라면 판매 증가를 제품 개선에 따른 성공 사례라고 주장한다. 고급 라면이 판매되는 것이기 때문에 매출 증가는 소비 부진이 아니라 소비 향상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인민일보는 “라면 판매 증가는 소비자가 ‘소비 수준’을 낮췄기 때문이 아니라 기업들이 고급 상품의 도입과 다양화를 통해 중국인의 소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시장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최대의 라면업체인 ‘팅이’는 최근 반기 보고서에서 라면 매출이 2018년보다 3.68% 증가한 115억위안(16억달러)이었다고 밝혔다. 매출 증가는 주로 한 봉지에 24위안 정도 하는 ‘최고급’ 라면 때문인데 이는 중국 내 일부 도시에서 파는 소고기 국수 한 그릇보다 더 비싼 가격이다.

중국식품과학기술연구소의 책임자인 멍수허는 최근 다양한 라면 출시는 소비 업그레이드의 사례라고 설명한다. 연구소에 따르면 라면 생산업체 22곳의 매출액은 2018년에 3.3% 증가한 151억위안에 이르렀고 생산량은 0.73% 증가한 344억개에 달했다.

하지만 소비의 주요 결정 요인이 되는 최근 소득 증가는 실망스러운 상황이다. 통계국에 따르면 상반기 평균 가처분소득의 증가율은 6.6%로 둔화됐는데 이는 2014년 8%를 넘었던 것에 비하면 줄어든 것이다.

또 투자 소득을 통해 저소득층과 중산층 소비자들보다 더 많은 재산 증가를 누려온 고소득층 가정도 돈을 쓰는 데 대해 더 신중해지는 모습이다.

후룬 보고서가 발표한 명품소비자물가지수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0.3% 하락했는데 이는 수요 둔화를 시사하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이 소비자물가지수 바스켓의 절반 이상이 수입 제품인데, 인민폐 가치 하락으로 인해 수입 제품이 더 비싸졌다”면서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가격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지수가 약간 떨어졌다”고 밝혔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타오 이사는 “소비는 미래의 예상소득에 기반을 두는 것”이라면서 “미래 소득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소비자의 선택은 더욱 조심스러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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