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간 대립으로

공급망 붕괴 우려

거대 소비시장 이유

“현상유지” 60%

“10년후 중, 일 앞설 것”


중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 4곳 가운데 1곳이 중국사업의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과 중국간 경제전쟁이 길어지면서 국제공급망이 무너질 경우 일본 기업의 생존방식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인거비 상승 등 생산거점의 역할이 줄어든 배경도 작용한다. 다만 여전히 거대한 중국시장의 매력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업이 다수를 차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월 초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의 중국담당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3.9%가 ‘중국사업을 축소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현재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은 60.4%에 달했다.

중국사업을 축소해야 한다는 배경에는 인건비 상승 등 생산비가 올라가면서 중국이 생산거점으로서의 매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복합프린터기를 생산하는 리코는 올해 7월 미국으로 수출하는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태국으로 옮겼다. 교세라도 생산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길 예정이다. 유니클로도 베트남으로 이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여기에 미중간 대립이 길어지면서 국제분업체제가 허물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2018년 일본무역진흥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일본기업의 40%는 미국에 수출하기 위한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이번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도 미중간 갈등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응답자의 51.3%가 미중간 대립이 ‘10년 이상 갈 것’이라고 답했다. ‘5년 안팎’이라는 답변은 25.8%, ‘1~3년’이라는 응답은 10.8%에 불과해, 두나라의 갈등이 단기간 내에 정리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간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국제공급망이 흐트러지면 그동안 ‘중국에서 생산’하고 ‘미국에서 소비’는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많다.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거대시장을 무시하는 것은 지금도 앞으로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14억 인구를 가진 거대한 중국의 소비시장은 많은 기업에게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의미다.

이토 아세 도쿄대 교수는 “기업들이 미중간 대립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중국은 시장 규모가 크고, 손쉽게 털고 나올 수 없다는 기본적 인식이 있어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수지만 중국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답변이 7.4%에 달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으로 분석됐다. 현재 상황에서 중국기업도 힘들어 하고 있기 때문에 뒷날을 도모하면서 미중 갈등을 거꾸로 이용해 공세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기업도 상당하다는 의미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중국의 기술력과 산업경쟁력에 대한 두려움도 드러났다. 중국정부가 2015년에 내놓은 ‘중국제조 2025’ 등과 관련해 중국과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물었더니, ‘향후 10년후 일본이 열세에 있을 것’이라는 답변이 52.2%로 절반을 넘었다. 이에 비해 ‘10년후에 일본이 우세에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39.6%에 그쳤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무기로 국내 산업을 키워온 중국이 스마트폰과 통신인프라, 가전제품 등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에서 중국의 CATL이 세계 최대 업체로 부상하는 등 많은 산업분야에서 중국이 제조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번 조사에 응한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향후 중국의 제조업에 대해 “아직은 정밀하지 않지만, 새로운 기술을 창조할 수 있을지가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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