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문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관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여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에서 정의하는 ‘제로에너지건축물’의 개념이다. 이와 같은 법적·사전적 의미 외에 제로에너지건축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제로에너지건축은 현재 우리 시대가 절실히 요구하는 건축 유형이다. 파리기후협약(‘15.12)에 따라 건축물부문에서는 ‘20년부터 10년간 기존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2.7%의 감축이 필요하다. 에너지사용량 최소화와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목표로 하는 제로에너지건축은 국가 차원의 환경 목표 달성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

신축 건축물도 에너지자립 가능

제로에너지건축의 보급 확산은 고성능 건축 자재·설비 시장 확대는 물론 건물에너지 분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의미한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약 719만동) 중 약 37%가 멸실과 재건축 등을 앞둔 30년 이상의 노후건축물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야말로 제로에너지건축 확산의 호기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광열비 절감으로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 완화 등 복지정책에도 기여한다. 실제 국토부와 LH가 시행한 세종시내의 한 시범 단독주택단지를 모니터링 한 결과, 혹서·혹한기를 제외한 세대별 냉난방 비용은 이미 ‘제로’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혁신’의 보편적 의미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 방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라면, 건축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왔던 화석연료 사용 및 CO2발생 최소화를 통한 지구온난화 방지를 목표로 하는 제로에너지건축이야말로 ‘혁신적 건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처럼 건축 산업의 혁신이자 우리 환경, 산업 그리고 복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로에너지건축 확산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다양한 정책을 이행해 왔다. 2014년부터 3년간 제1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 수립 등 기반구축에 매진하고 이후 3년간은 제로에너지건축 시범사업 등과 같은 시장기반 조성에 힘썼다.

정부는 6월 제로에너지건축의 본격화를 위한 ‘제로에너지건축 보급 확산 방안’을 통해 제로에너지건축의 단계적 의무화를 선언했다. 내년 연면적 1000㎡이상의 공공건축물을 시작으로 2030년부터는 연간 약 2만개동이 넘는 연면적 500㎡이상 모든 신축 건축물들의 에너지자립이 가능하게 된다.

이에 정부는 보다 다양한 시범사업과 R&D 등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를 비롯한 제로에너지건축의 본격적 확산을 지원한다.

먼저 여러 유형의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미 블록형 단독주택단지 시범사업을 통해 제로에너지건축의 실질적 효과를 입증한 바 있는 정부는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제로에너지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당 시범사업의 경우 분양주택은 물론 임대주택을 대상으로 추진되어, 제로에너지 공동주택에 적용되는 건축계획 및 기술 등에 대한 여러 모범 사례를 다각도로 제시하게 된다.

지구와 도시단위로도 제로에너지건축을 확산한다. 동 사업에서는 각각의 지구 전체에 대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기준에 따른 에너지자립률 20% 달성을 목표로 한다. 건축물 유형별 특성, 용적률 등을 고려하여 에너지자립률을 현실적으로 설정하고 부족한 자립률은 공원, 자전거도로, 방음벽 등 공용시설 부지를 활용하여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인센티브 방안 확대 등 선제적 정책개발을 통해 공공은 물론 민간영역 모두가 함께 제로에너지건축 보급에 적극 나서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얼핏 쉬워 보이는 것도 제대로 해내려면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전문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제로에너지건축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경제성 문제 등 제로에너지건축 확산을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남아 있다. 최근까지도 전인미답 영역이었던, 그야말로 ‘건축의 혁신’이라 할 수 있는 제로에너지건축 보편화를 위해 신기술 개발 보급 및 다양한 인센티브 개발 등 보다 적극적 정책적 지원이 여전히 절실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