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75.5%→2019년 9월 74.7%

촛불집회 직후 상승 수준, 지금도 '유지'

사회 갈등 '심각'해도 민주주의는 '신뢰'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민심은 광화문으로 쏟아졌다. 사진은 광화문에 열린 촛불집회 장면. 사진 남준기 기자


촛불집회 직후 급상승한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지지가 3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촛불집회가 시민들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념을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으며, 이때 강해진 신념이 지금까지 변함없다는 분석이다.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여론조사에서 '다음 의견 가운데 어디에 가장 가까운가'라고 묻자, '민주주의는 다른 어떤 제도보다 항상 더 낫다'는 답이 74.7%로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상황에 따라서는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낫다'(14.3%) '민주주의나 독재나 상관없다'(7.3%)가 뒤를 이었다.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지지는 2016년 6월 조사에서 52.7%에 머물다가 촛불집회 직후인 2016년 12월 조사에서 75.5%로 급상승했다. 촛불집회 1년 뒤인 2017년 11월 조사에서 71.5%로 다소 떨어졌다가 이번 조사에서 74.7%를 기록하면서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지지가 여전히 강하다는 걸 보여줬다.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강한 지지는 연령과 이념성향을 가리지 않고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6월 조사에서 20대 57.4%, 30대 59.7%, 40대 55.0%, 50대 43.2%, 60대 50.0%에 머물렀던 민주주의 제도 지지는 촛불집회 직후인 2016년 12월 조사에서 20대 74.4%, 30대 83.6%, 40대 82.8%, 50대 72.0%, 60대 66.6%로 전 연령대에서 급등했다. 이같은 추세는 3년 뒤인 지금도 유지됐다. 이번 조사(2019년 9월)에서 20대 69.8%, 30대 76.8%, 40대 76.8%, 50대 78.8%, 60대 71.8%로 나타났다. 20∼40대에서는 3년동안 약간 낮아졌지만 50∼60대에서는 더 높아졌다.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70%대의 높은 지지도를 유지했다.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강한 지지는 이념성향별로도 별 차이가 없었다. 진보층과 중도층 뿐 아니라 보수층에서도 강한 지지를 보여준 것이다. 2016년 6월 조사에서 진보 66.7%, 중도 51.7%, 보수 43.6%에 머물렀던 민주주의 지지도는 촛불집회 직후인 2016년 12월 진보 85.5%, 중도 75.5%, 보수 66.5%로 급등했다. 3년 뒤인 이번 조사(2019년 9월)에서 진보 80.2%, 중도 71.9%, 보수 74.4%로 여전히 강한 지지도를 보여줬다. 진보층과 중도층에서는 다소 하락했지만 보수층에서는 오히려 상승했다.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강한 지지는 사회갈등 심화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우리 사회의 갈등은 1년전과 비교했을 때 어떻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62.8%가 '더 심각해졌다'고 답했다. '비슷한 수준'(28.2%) '더 완화되었다'(8.2%)가 뒤를 이었다.

특히 '더 심각해졌다'는 응답은 50대(74.8%)와 60대(80.8%)에서 압도적으로 나왔다. 사회갈등이 심각해졌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50∼60대에서는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회의'를 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지지는 앞서 봤듯 50∼60대에서도 70%대를 기록했다. 시민들이 사회갈등 심화와 민주주의 지지를 다른 차원의 문제로 인식한 대목으로 읽힌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서복경 책임연구원은 "촛불집회 이후 진보나 보수 모두 적극적으로 집단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정치사회적 갈등과 민주주의 체제 신뢰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본 조사는 내일신문 창간기념으로 '촛불 3주년'을 맞이한 한국사회를 진단해보기 위해 기획되었으며,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한국리서치가 조사를 수행했다.

조사방법은 유무선 혼합 임의전화걸기(RDD)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CATI)였다. 조사 표본은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현황' 2019년 9월 기준 성별/연령별/지역별 인구구성비에 따라 비례 할당한 후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조사는 2019년 9월 26일부터 10월 2일까지 진행되었으며, 표본은 1200명으로 조사의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8%p였고, 응답율은 14.4% (유선 9.1%, 무선 16.6%)였다.

2019년 창간기념조사 일부 문항은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2017년 신년기획조사와 2017년 11월 '촛불 1주년'기념 기획조사와 비교·분석되었는데, 2017년 신년조사는 2016년 12월 26일부터 28일까지 한국리서치가 조사를 진행했고 표본은 1200명이었으며, 2017년 '촛불 1주년'기획조사는 ㈜서베이몹이 조사를 진행했고 표본은 1098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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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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