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년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시민들은 3년이 흐른 지금, 어떤 장면들로 그날을 기억하고 있을까. 30대는 광화문 촛불을 '재밌던 추억'으로 떠올린데 비해 50대는 '감동이 넘친 장면'으로 설명했다. 촛불에 대한 기억에서도 '미묘한 세대차'가 엿보였다.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는 지난 3일 내일신문 본사 3층 회의실에서 2016년 11월 26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30대 8명과 50대 8명을 상대로 각각 집단면접조사(FGI)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 참여한 30대와 50대가 털어놓은 3년 전 촛불의 기억은 제각각이었다.<내일신문 7일자 2면, 8일자 2면 참조>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는 3일 내일신문 본사 3층 회의실에서 2016년 11월 26일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50대 8명을 상대로 집단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사진은 50대 참석자들. 사진 이의종


30대는 촛불을 떠올리면서 주로 '재미'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참석자 여성1은 "고양이 깃발도 있고, 온갖 깃발이 나왔다. (집회를) 돌아다니면서 깃발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전했다. 남성3도 "온갖 깃발이 쏟아졌는데 신기한 게 많더라. 집회가 재밌었고 친근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당시 촛불집회에는 참가자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긴 깃발이 많이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깃발을 페러디한 '전국고양이노동조합' 깃발이나 '전국게으름뱅이연합' '미국너구리연합 한국지부' '슬퍼할 겨를 없는 바쁜 벌꿀모임' 등이 적힌 깃발이 참가자들에게 웃음을 안겨줬다.

남성4는 "집회는 강경투쟁하고 빨간색 두르고 그런걸로만 알았는데, 집회장에서 여자친구랑 데이트를 할 정도로 재밌고 평화로웠다"고 회고했다. 남성2는 "예전에는 시위하면 싸우는 걸 떠올렸다. 나도 대학 다닐 때는 총장실도 뛰쳐들어가고 그랬다. 하지만 촛불집회는 그런게 아니었다. 여러 곳에서 재밌는 공연을 하고 참가자들은 앉아서 관람하고, 다같이 즐기는 분위기였다"고 회고했다. 남성1도 "당시는 대통령이 아니었는데 문 대통령이 아이들과 사진도 찍어주고하길래 나도 같이 찍었다. 너무 재밌었다. 싸움이나 쓰레기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혹시 떨어져있나 살펴봤는데 담배꽁초 하나 없었다"고 전했다.

80년대 대학생활을 보낸 50대는 촛불집회를 회고하면서 '감동'류의 느낌을 많이 토로했다. 이인숙(여)씨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혼선이 없고 다치는 사람도 없고, 그런 것에 감동 받았다. 이 집회가 성공할까 싶었는데, 결국 탄핵을 성공시켰잖아. 너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윤나라(가명·여)씨도 "어린아이까지 나오고 가족들이 많았다. 가슴이 뜨거웠다"고 했고, 나관섭(남)씨는 "소중하고 죽을 때까지 잊지못할 기억이다. 즐거움과 행복, 고통, 분노 등 희비가 교차했다"고 말했다. 김혜심(여)씨는 "할머니와 딸이 4개월된 아기를 꽁꽁 싸매서 데려나온걸 봤다. 그 분들이 너무 고맙고 찡했다. 지금도 눈물이 나려고한다"고 회고했다.

신준수(남)씨는 "70∼80년대 대학을 다닌 이들은 시위하면 화염병과 돌, 최루탄을 떠올릴텐데, 촛불을 계기로 집회문화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시위지만 축제였다. 사람들이 시위를 즐겼다. 이 정도 시위문화라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효균(남)씨는 "80년대에는 시위가 벌어지면 학생이 차도를 점거하고 시민은 길가에서 구경했지만, 이번에는 시민이 차도로 들어오고 학생이 그 틈에 끼는 식이었다. 특정 소수만의 집회가 아니었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벌써 3년이 흐른 광화문 촛불집회. 수백만 참가자들에게 때론 '미소'를, 때론 '감동'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조사했나]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는 2016년 11월 26일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참여자 직접조사(2059명)를 실시했다. 응답자들 중 차후 조사에 재조사에 응답할 의사가 있는 960명의 전화번호를 확보하였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이번 조사를 실시했다.

광화문 촛불집회 조사 1년 후인 2017년 10월말 참여자들과 접촉하여 545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았으며, 2019년 9월 24일부터 10월 4일 사이에 405명으로부터 설문응답을 확보했다. 2017년 1차 추적조사와 2019년 2차 추적조사 모두 응답한 인원은 280명이다. 개인변화 분석부분은 이들의 변화를 추적한 것이다.

추적조사는 모집단에 대표성을 보장할 수 없다. 본 자료 역시 촛불집회 참여자들을 모집단으로 하는 대표성 있는 표본이라 할 수 없다. 다만 추적조사는 표본의 변동을 개별단위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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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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