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평 외 지음 / 가갸날 / 1만5000원

지금 대한민국은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놓고 둘로 쫙 갈라졌다. 임명 찬성파는 서울 서초구 검찰청 앞에서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반대파는 서울 광화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 장관을 비판하는 대규모 맞짱집회를 연다. 겉만 보면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 정반대의 주장이 자유롭게 공존하니까.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금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위기다. 두 집회 참석자들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다. 둘 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들으려고 하는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있다. 민주주의의 문지기가 되어야 할 정당은 오히려 광장의 정치에 편승해 자기 이익을 편승하려고 한다.

사실 민주주의 위기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21세기 들어 민주주의 위기는 전세계적인 현상이 됐다. 그동안 민주주의 모범국가라고 하는 영국이나 미국에서조차 민주주의가 죽어가고 있다. '민주주의는 만능인가'의 저자들은 지금의 민주주의 위기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운영원리를 깊이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 법 지배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허망하게 무너진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2014년부터 '민사모(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임)'을 만들어 5년 넘게 공동 집필작업을 해왔다. 이들은 촛불항쟁 이후 또는 지금의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된 게 아니다. 저자들은 '국민과 청소년들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집필동기를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는 만능인가?'는 지금의 현실 때문에 시의적절한 책이 됐다. 서초동과 광화문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 그리고 그들의 행동에 편승해 이익을 취하려는 정치권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얘기다.

저자들은 서론에서 '민주주의는 영속되는 법이 없다. 여지껏 자살하지 않은 민주주의는 없다'는 미국 제2대 대통령 존 아담스의 말을 인용하며 지금의 현실에 경종을 울린다. 민주주의를 잘못 사용한 나머지 민주주의가 자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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