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먼트 타네자 외 지음 / 김태훈 옮김 / 청림출판 / 1만8000원

20세기가 규모의 경제였다면, 21세기는 탈규모의 경제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규모를 늘리는 데 집중해왔지만 앞으로 100년은 탈규모의 경제가 비즈니스를 주도할 것이다. 이때 큰 규모는 오히려 불필요하고 손해만 가중시키는 존재가 된다.

한 세기 이상 사업을 발전하게 하는 이상적인 성장 엔진으로 활용되어온 규모의 경제는 인공지능, 유전체학, 로봇공학, 3D 프린팅 등 주요 신기술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 양상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전통적인 경쟁 역량들을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기술의 발전으로 탈규모의 경제로 성장의 축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탈규모의 경제는 누구나 쉽게 필요할 때마다 대여할 수 있는 플랫폼과 기술이라는 두 가지 힘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대기업의 대량 생산과 대량 유통, 매스마케팅은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작고 민첩한 기업들은 소비자의 기호 변화를 빠르게 캐치해 완벽한 틈새시장을 창출해낸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이끄는 경제에서는 작고, 타깃이 명확하고, 기민한 기업들이 기술 플랫폼을 활용해 대중시장의 대기업들과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 과거 기업이 구축해야 했던 규모를 이제는 '빌려(rent)'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로부터 컴퓨팅을 임차할 수 있고, 소셜로부터 소비자로의 접근 경로를 임차할 수 있으며, 전 세계의 외주 업체로부터 제조 능력을 임차할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설비와 인력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했던 많은 일들을 인공지능으로 자동화할 수 있게 됐다.

탈규모화는 산업 시대의 '소유'를 탈피하고 '서비스 이용'이라는 변화를 수반한다. '구독 경제'가 한 예이다. 자동차는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교육은 단기적 교육에서 평생 교육으로 형태를 바꿔갈 것이다. 전통적인 고용 방식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자신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늘어갈 것이다.

이 책은 탈규모화가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과 다양한 산업 분야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저자는 미래 유망한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며 탈규모화 시대를 살아가야 할 기업과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침을 알려준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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