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협회장 1인시위

정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대책에 대한 농가 반발이 시작됐다. 아직은 소수의 목소리지만 전염병이 계속 확산되면 농가의 반발행동이 확산될 수도 있다.

국내 양돈농가들 모임인 대한한돈협회는 1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경기도 연천 일괄 살처분 반대, 멧돼지 관리 우선 요구'를 위한 한돈농가 1인 시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역학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연천지역에서 사육 중인 모든 돼지를 수매·도축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고,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의 주요 원인인 야생멧돼지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는 행동이다.

지난 9일 연천군 신서면의 한 돼지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후 정부는 연천지역 전체 사육돼지를 살처분하기로 했다. 강화 파주 김포에 이은 조치였다. 돼지열병이 경기 북부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발생지와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선제적인 수매·도축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제안됐다.

하지만 협회는 선제적인 수매·도축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정부가 농가와 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첫번째 시위자로 나선 하태식 한돈협회장은 "다른 나라를 봐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장이 다시 돼지를 사육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언제 다시 입식할 수 있을 지 불확실하다"며 "농가는 재입식까지 생계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대책에는 이 부분이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당사자인 농가와 먼저 협의해서 대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비무장지대 남쪽에서 잇따라 발견되는 것도 협회의 반발을 뒷받침했다. 연천군 신서면 농장은 지난달 17일 돼지열병이 발생한 연천군 백학면 농장과는 거리도 26km나 떨어져 있고, 역학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지만 돼지열병에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인근에서 발견된 것이다. "야생멧돼지 대책을 먼저 마련하고 강화하라"고 주장할 근거가 생긴 셈이다.

일선 농가와 전문가들은 환경부의 잘못된 정책이 사태를 키웠다고 비판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1년 전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기는 잔반사료를 전면 중지할 것과 야생멧돼지 개체수 감축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며 "사태가 길어지면 일선 농가들의 분노가 폭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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