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의원 "영장 전담 판사 불러내라"고 요구

법조계 "재판 심리까지 공개하라는 이야기"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야당 소속 의원들이 특정 판사를 국감 증인을 출석시킬 것을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사실상 재판 심리 결과를 국감장에서 공개하라는 요구로 법조계에서는 '노골적 재판 개입을 시도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오전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법사위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조국 전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영장전담 판사를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중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거부했다. 포문을 연 것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주 의원은 피감기관 업무보고가 마무리 되자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얻어 "중요하고 결정적 사건에서 법원이 요설과 궤변 같은 기각 사유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부장판사가 법관 재량권을 초과했다"고 주장했다.

명재권 부장판사가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포기한 조씨 구속영장 기각을 공격했다. 주 의원은 명 부장판사 외에도 영장전담 판사들을 불러 영장 발부 기준을 따질 것도 요구했다.

한국당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도 "영장기각 이유에 일리가 있다면 왜 부르겠느냐"며 "반드시 불러야 한다"고 거들었다.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조 전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 기각은 "담당 판사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기각이 합당했느냐'는 의원들 질문에도 민 원장은 "영장 재청구가 예정된 사안이니 의견을 말씀드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사법농단 사건 이후 고위 법관들은 공개적인 곳에서 다른 재판부 판결을 함부로 평가하는 것을 서로 금지하고 있다.

사건을 맡은 판사들이 선입관을 갖거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격하게 해석하면 '사법권 침해'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법관은 자신의 결정을 함부로 공개하지 않는다.

일반 재판과 달리 영장재판은 비공개재판인데다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이 공표될 경우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장 심사도 재판"이라며 "국감을 빌미로 압력을 가하고 판결에 개입하려는 시도가 진행돼 참담하다"고 야당에 맞섰다.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도 "영장발부를 한국당 의원에 허락받으라는 것"이며 지적했다.

결국 상임위 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이 정회를 한 후 간사간 논의를 시도했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여야간 논쟁이 격화되자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창피해서 국회의원 못하겠다"고 동료 의원들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2017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영장이 기각되니까 야당이던 민주당은 '영장 기각은 법원의 치욕'이라고 했다"며 "그런데 조 장관 동생 영장 기각에 우리(민주당)는 '적절한 판단'이라고 하고, 야당인 한국당은 '사법부 수치'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년 만에 여야가 바뀌었다. 이게 뭡니까, 저는 창피하다. 부끄러워 법사위원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이 의원은 다음 날인 15일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이라며 "다음 선거에 불출마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특정 사건을 맡은 판사를 국감장에 출석시키려 하자 법조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우리 김정철 변호사는 "사법부 판사가 어떤 이유로든 판단을 내린 것을 정치적인 이유로 흔드는 것은 안된다"며 "설사 그 판사 판단이 잘못 되었다하더라도 이것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것으로 앞으로 국가적으로 잃게 되는 것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발부·기각을 따질 수 있지만, 영장 전담법관을 국감장에 나오라는 요구는 비공개 재판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라는 것 아니냐"라며 "다른 상임위도 아닌 법사위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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