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감사 개시직전 사퇴 발표, 의욕 꺾인 야당 질의 대폭 축소

서울시 국정감사가 갑작스런 조 국 법무부장관 사퇴로 맥빠진 국감이 되고 있다. 핵심 이슈였던 조 장관 가족 연루 의혹을 파고들 명분이 사라진 탓이다. 한차례 국감이 더 남아있지만 조 장관 사퇴 여파로 이 역시 맹탕으로 흐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가 3년만에 국감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나라를 흔들었던 조국 장관이 서울시 국감일인 14일 사퇴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4일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지난 2년간 서울시 국감은 정국의 핵심 이슈였다. 그만큼 서울시와 박 시장은 곤경에 빠졌다. 2017년 국감에선 SH공사 블랙리스트로 여야가 맞섰다. 박 시장에 대한 충성도를 분류해 공사 인사에 적용했다는 야당 폭로가 시발이 됐다. 지난해 국감은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으로 온통 도배됐다. 야당은 이를 문재인정부 공공기관 고용세습의 민낯이라며 구직난에 신음하는 청년층을 공략, 국정조사 주장으로 정국을 주도했다.

당초 야당의 서울시 국감 주공격 포인트는 조국 펀드와 연루돼 특혜 의혹을 받는 지하철 공공와이파이 사업, 친여당 인사에게 이권을 몰아줬다는 의심을 산 태양광 사업, 실적 부진으로 먹잇감이 된 박 시장 역점사업 '제로페이' 등이었다.

여기에 국감 직전 발표된 감사원의 두 건의 감사 보고서는 피감 기관인 서울시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에 태양광 사업 감사 결과까지 잇따라 공개되면서 "감사원이 야당 국감에 판을 깔아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됐다. 국감 하루 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이 맹탕 국감 신호탄이 됐다. 한국당이 의욕적으로 준비한 조국 펀드 관련 업체 대표의 기자회견이 되레 서울시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되면서다.

야당은 당황했다. 서울시 국감도 조국 국감으로 치르려던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더 큰 변수는 국감 당일 발생했다. 오후 국감 개시 시간인 2시에 맞춰 갑자기 조 국 장관이 사퇴를 발표했다. 갑작스런 소식에 국감장은 술렁였고 감사는 지연됐다.

이후 국감은 말 그대로 맹탕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정해진 질의 시간을 '철저히' 지키며 추가 질의에 나서지 않았다. 그 결과 이날 서울시 국감은 예년보다 3시간 이상 빨리 끝났다.

서울시 국감이 이날로 끝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새로운 이슈가 부상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특히 부정적 요소였던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는 두번째 국감을 앞둔 서울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박 시장 등 서울시 간부들은 국감 당일 벌어진 야당의 채용비리 공세에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올해는 국감 전 감사 결과가 나온 덕에 준비할 시간이 생겼다. 서울시는 국감 직전 감사원에 재심을 청구하기도 했다.

맹탕 국감 와중에 고성이 오간 순간도 없지 않았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과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이 박 시장 아들 박주신씨 소재를 묻자 조용하던 국감장에 설전이 오갔다. 박 시장은 이 의원의 질문에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아들 얘기가 국감장에 왜 등장하느냐"고 반발했다. 조 의원의 같은 질의에 박 시장은 "이런 질문을 하는 건 국감법 위반"이라며 "이런 질의는 아예 금지 시켜달라"고 위원장에게 항의했다.

17일에는 국토위 서울시 국감이 예정돼 있다. 박 시장의 집값 정책, 교통공사 등이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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