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논란' 반사이익 만끽

'검찰개혁법' 어떻게 막나

패스트트랙 수사 부담 여전

'보수통합·혁신' 급한 숙제

자유한국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조국 논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던 무렵 "(조 장관이) 더 버텨줬으면 좋겠다. 지금 이대로 내년 총선까지 가면 최고겠다"며 희색을 감추지 못했다. 조 장관의 지명(8월 9일)부터 임명(9월 9일), 그리고 사퇴(10월 14일)에 이르기까지 66일 동안 한국당은 말그대로 호시절을 만끽했다. '조국 논란'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린 것.

한국갤럽 조사(10월 8·10일, 1002명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27%였다. '조국 논란' 직후(18%)보다 9%p 오른 수치였다. 일부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로 추격하기도 했다.

발언하는 김도읍 의원 |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문 실정 및 조국 심판' 국정감사 중간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하지만 조 장관이 14일 전격사퇴하면서 정국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지지층 결집의 핵심동력이던 '조국'이 사라진 게 고민의 출발이다. 이런 고민은 19일 집회 개최를 둘러싼 논의에서 감지된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12일 건너뛴 광화문집회를 오는 19일에는 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당직자들은 "투쟁 이슈가 바뀐만큼 장외집회를 계속 열 필요는 없지않냐"는 주장이다. 15일 지도부 회의에서 집회 여부를 확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조국 이후 정국'에 대한 당내 혼란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사실 한국당으로선 '조국 논란'이 조 장관의 사퇴로 급격히 식으면서 새로운 이슈를 맞이하게 된 게 사실이다. △패스트트랙 법안처리(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법, 선거제) △패스트트랙 관련 피고발된 한국당 의원 수사 △보수야권통합과 혁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것.

패스트트랙 법안의 경우 민주당이 '검찰개혁' 여론을 앞세워 10월 말 처리를 밀어붙일 태세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과 손잡고 법안처리 정족수(149석)을 채우겠다는 계산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5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은) 합의처리가 원칙이고, 공수처법은 절대 안된다"고 재차 확인했다. 다른 핵심당직자는 이날 "패스트트랙 추진 법안 처리의 환경이 바뀌었다"고 전제한 뒤 "많은 국민이 (조국 논란을 계기로) 문재인정권의 실체를 알게 됐기 때문에 여권이 법안을 밀어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추진할만한 여론의 지지를 업지 못했다는 판단인 것이다.

패스트트랙 수사도 한국당으로서는 부담되는 대목이다. 무려 의원 60명이 피소됐다.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5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여권에서는 '조국 수사'와의 형평성을 들어 강도높은 수사와 처벌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검찰 소환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나 원내대표가 대표로 출석해 조사받겠다는 입장이다.

나 원내대표는 "국정감사가 끝나는대로 일정을 조정해서 (검찰에) 출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당직자는 "우리가 수사를 안 받겠다는 게 아니라, 수사의 공정성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사태의 원인이 된 불법사보임을 저지른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관영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부터 조사하고 처벌해야한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당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조국 논란'을 통해 상승세를 탄 지지율에 가속도를 붙여줄 보수야권통합과 혁신이라는 지적이다. 황 대표는 수차례에 걸쳐 보수통합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실제 진척은 감지되지 않는다. 친박 윤상현 의원은 14일 "보수통합과 혁신을 위해 황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오늘이라도 만나야 한다"며 "유 의원과 바른미래당 동지들은 (한국당으로) 돌아와야한다"고 밝혔다.

다만 황 대표 주변에서는 윤 의원의 언급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황 대표 측근인사는 "대표가 (통합논의에) 숨고르기하면서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자꾸 딴 얘기를 하면 안된다"며 "혼선만 일으킨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윤 의원의 언급을 "공천을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욕심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윤상현 해프닝'에도 불구하고 황 대표에게 보수통합과 혁신은 하루빨리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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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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