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식 통합? 친박이 반발

한국당에 흡수? 변혁이 거부

공화당도 통합? 비박이 반대

"선거연대""각자도생" 주장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보수야권통합 논의의 출발을 알리는 입을 어렵게 뗐다. 아직은 "만나야한다"는 원론적 수준에 머문다. 실제 보수야권통합이라는 목표까지는 '산 넘어 산'이라는 관측이다.

◆"이야기 용의" "필요하면 대화" = 유 의원은 언론인터뷰에서 "날만 잡히면 황 대표를 만나서 이야기할 용의가 있다"며 보수야권통합의 조건으로 △탄핵 정리 △개혁 보수 △새 집을 내걸었다.
후원자들과 파이팅 외치는 황교안-나경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후원인 2000명 돌파 기념 감사장 전달식'을 마친 뒤 후원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황 대표는 16일 "대화가 필요하면 대화하고, 만남이 필요하면 만날 수 있고, 회의가 필요하면 회의체도 할 수 있다"며 "모든 노력을 다해 자유우파가 너 나 없이 함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유 의원을 배척하는 친박을 겨냥해 "대의를 생각하면 소아를 내려놓을 수 있다"며 "당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잘 모아서 통합을 이뤄가겠다"고 했다.

◆통합 시나리오 난관 극심 = 황 대표와 유 의원의 언급으로 통합 논의가 시작은 됐지만, 통합 시나리오별로 난관이 극심하다. 어떤 방식으로 통합을 추진하더라도 순항할만한 게 없다.

유 의원이 제시한 방식대로 통합이 이뤄지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인정하고 △보수가 공정과 정의 어젠다를 껴안고 △창당에 버금가는 새로운 체제로 거듭나야 한다. 황 대표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통합의 길이 열리겠지만, 황 대표의 정치적 배경인 친박이 호응할 가능성은 없다. 친박은 "탄핵은 애당초 잘못된 것" "네가 개혁보수면 우리는 골통보수냐" "가출했다 돌아오면서 무슨 새 집 타령이냐"고 비판한다. 황 대표가 반발하는 친박을 설득하려면 공천권을 활용하면 되겠지만, 그럴 경우 물갈이공천은 물건너 간다. 총선 이기려고 통합 꾀하다가 총선을 더 망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유승민식 보수통합이 성사되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당에서는 바른정당 시절 세차례 복당이 이뤄졌던 전례를 들어 유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 조건없이 조용히 돌아오면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당이 변혁을 흡수통합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유 의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 자신이 내건 3가지 조건에 대한 답이나 약속도 없이 슬그머니 타협하는건 '유승민식 정치'가 아니다.

공화당도 보수통합의 변수다. 한국당이 변혁과 함께 공화당과의 통합을 꾀한다면, 변혁과 한국당내 비박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국당 친박은 "공화당은 우리와 같은 뿌리"라며 통합을 주장하지만, 변혁과 비박이 공화당과 한 배를 타기는 어려운 구도다. 공화당은 변혁과 비박의 지도부급인 김무성 유승민 권성동 김성태 의원에 대한 정리를 요구한 바 있다.

당(한국당) 대 세력(변혁) 또는 당(한국당) 대 당(공화당) 통합이 현실적으로 어려운만큼 일각에선 "지역구별 선거연대를 해서 분열을 막자"는 주장을 내놓는다. 과거 진보계열 정당들이 지역구별로 예비경선이나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단일화했던 방식을 빌리자는 것이다. 한국당이 변혁 소속 의원들 또는 공화당 후보들과 지역구별로 후보단일화를 꾀하는 식이다.

하지만 박형준 전 의원은 언론인터뷰에서 "정당 간 연합공천이 단일정당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다"며 △당에서 결정된 후보들의 기득권과 지역구 사정을 조정하기가 어렵고 △진보는 선거연대 경험이 많지만 보수는 경험이 거의 없고 △선거연대는 자칫하면 정당간 지역별 나눠먹기로 전락할 수 있다며 선거연대 방식의 통합을 반대했다.

◆"차라리 각자 선전하는게" = 황 대표와 유 의원 그리고 공화당이 보수통합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보수진영이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변혁에 속한 바른정당계 의원 8명이 출마하는 지역구가 1차 관건이다. 한국당 후보와 보수표를 나눠가지면서 진보진영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선사할 수 있다. 공화당도 파괴력에 대한 시각차가 있지만 한국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박근혜청와대 출신인사는 "공화당이 전국적으로 후보를 낼 경우 최소 TK에서는 적게는 5%, 많게는 20% 이상 득표할 것으로 본다"며 "공화당이 당선자를 내기는 힘들지 몰라도 한국당 후보를 떨어뜨릴 저력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당과 변혁, 공화당이 각자의 길을 갈 경우 제1야당인 한국당이 수십석을 손해볼 수 있다는 우려다.

반박도 있다. 한국당 친박의원은 "억지로 통합을 꾀하는 것보다, 한국당과 변혁, 공화당이 각자 선전한 뒤 총선 이후에 범보수세력으로 함께 움직이는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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