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매도 말라" 비판에 "검사들 법정에 세우겠다" … 압수수색 영장 반려된 경찰도 불만 고조

"대한민국 법령이 검찰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해되는 주장을 검찰이 공연히 하는 상황이 얼마나 놀라운지요."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의 말이다. 임 검사가 고발한 '전·현직 검찰 수뇌부 직무유기 고발사건'의 피고발인인 조 모 서울고검 부장검사가 임 검사에 대해 "검찰 조직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고 있다"고 반박하자, 임 검사는 "치우친 말로 그가 가리려는 것을 알 수 있고 감추려는 말로 그가 궁색해 하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맹자의 말을 들어 비판했다.

경찰청 국감에서 답변하는 임은정 부장검사 |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임 검사는 28일 "검사가 고소장 분실을 감추기 위해 고소장과 공문서를 위조, 행사해 상급자 결재를 탈취한 범죄행위를 '분실기록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생긴 해프닝' 정도로 호도하는 것은 너무 어색하다"고 밝혔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중징계에 해당하는 징계사유가 있을 경우 징계 없이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 임 검사는 "공무원 징계령,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상 고의적으로 비위를 저지른 경우 중징계해야 한다"며 "공무원 징계령 등 대한민국 법령이 검찰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해되는 주장을 검찰이 공연히 하는 상황이 얼마나 놀라운지요"라고 밝혔다.

임 검사는 부산지검 A검사가 고소장을 위조한 사실을 알고도 사표를 수리한 혐의로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간부를 지난 4월 경찰에 고발했다. A검사는 고소인이 이전에 제출한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하고 실무관을 시켜 고소장 표지를 만든 뒤 상급자 도장을 임의로 찍어 위조하는 방법으로 분실사실을 은폐했다. 고소인이 문제를 제기하자 A검사는 2016년 6월 사표를 냈다. A검사에 대한 징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검찰 수뇌부가 고의적으로 공문서 위조 사건을 은폐했다"는 것이 임 검사 주장이다. 검찰은 지난 23일 경찰이 신청한 두 번째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임 검사는 "검찰이 내 고발사건들을 속칭 정책미제로 오래오래 들고 있다가 공소시효 완성 직전에 혐의없음 결정할 테고, 나는 재정신청을 통해 검사들을 법정에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정신청이란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한 경우 고소인 또는 고발인이 관할 고등법원에 신청해 고등법원 결정으로 검찰에 공소제기를 강제시키는 제도로, 검사의 부당한 불기소처분으로 인한 폐단을 막기 위해 인정된다. 임 검사는 "검찰이 자정능력이 없으니 법원을 통해 검찰개혁을 강제집행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 검사는 검찰 내부 전산망에 올린 글에서 "당시 실무책임자(대검찰청 감찰1과장)로서 사실관계와 법리를 외면한 근거 없는 주장이 도를 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임 부장검사가) 검찰 조직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A검사의 고소장 위조 및 사표 수리 경위에 대해선 분실기록을 복원하던 과정에서 생긴 일인 점,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던 점, 분실된 고소장이 각하 처리됐을 가능성이 큰 점 등을 들어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의 영장신청이 반려된 데 대해 "범죄 혐의 소명과 법리에 따라 처리됐다"며 "임 부장의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고 임 검사를 비판했다.

임은정 검사의 고발사건을 놓고 검찰 내 논란이 심화되는 것과 별개로, 경찰 불만도 커지고 있다. 임은정 서지현 검사가 각각 고발한 건과 관련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이 잇따라 반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관 간의 경우에는 강제 수사 전에 임의 제출 요구를 한다. 임의 제출이 안되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는데, 그것조차 거부돼 기초적인 수사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불만을 비쳤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고발한 건과 관련해 검찰에 자료 임의제출을 3차례 요청했다가 무산되자, 경찰은 2차례에 걸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이 역시 반려된 바 있다. 앞서 지난 10일에도 서지현 검사의 고소사건과 관련해서도 대검찰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반려됐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경찰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곳은 검찰뿐이라 검찰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반려해 버리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안성열 김형선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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