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

정부가 강원도를 경제자유특구로 지정하면서 원격의료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됐다. 원격의료와 관련된 지난한 논란을 보면 챗바퀴를 도는 같은 논리의 반복에 국민들도 피로감이 심하다. 특히 문재인정부는 대통령선거공약에서 '원격의료'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힌바 있어 공약파기 논란도 동반됐다.

원격의료 도입을 찬성하는 쪽은 디지털헬스와의 연계, 환자편의, 효율성, 산업발전등의 논리를 든다면, 반대 논리는 불필요한 비용의 증가, 안전성과 효용성의 결핍, 대면진료의 약화, 그리고 대형병원 쏠림현상 강화 등을 주장한다.

사실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말하는 '원격의료'는 정확하게 무엇을 지칭하는 지도 애매하다. 우리가 흔한게 병의원에서 치료받는 방식의 대면진료가 아니라 환자와 의사가 전화, 컴퓨터, 화상단말기에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원격결과 전송이 되는 검사장비가 집에서 병의원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모든 것이 원격의료인데, 도대체 한국에서 도입하겠다는 원격의료는 구체적으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말하는지가 불분병하다. 해외의 경우를 보면 '원격의료'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한국처럼 격렬한 논쟁의 대상은 아니다. 대체로 구체적인 사안 사안에 대한 논의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국의 원격의료를 둘러싼 논쟁은 일부 해외학계의 관심사이기도 했다.

한국 원격의료 범위는 불분명

그렇다면 유독 한국에서만 '원격의료'라는 구체적 실체는 없는 추상적 개념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지속될까?

우선 가까운 대만이나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의료전달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고, 동네의원과 병의원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어 '원격의료'가 섬이나 산간벽지에 대면진료가 불가능한 곳의 보완적 요소로만 작용된다. 때문에 큰 논란없이 일부 도입되었다. 대만의 경우는 특히 병원급은 지불제도가 총액예산제(연간 병원의 총수입을 결정해 지급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원격의료도입을 불필요하게 시도하지 않으며, 병원들은 중환자진료외에는 큰 관심도 없다.

유럽국가들의 경우는 대부분 주치의제도로 상징되는 일차보건의료체계가 작동하고 있어서 이미 예전부터 전화를 해서 환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자유롭게 방문하는 체계가 정착되어 있다. 때문에 원격의료와 대면진료를 모순되는 개념으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대면진료에 원격으로 여러가지 정보를 조합하는 것에 '안전성'과 '효용성' 문제에 근거를 학문적으로 관심보일 뿐이다. 국민들도 주치의가 단순히 아플 때 진단을 해주는 사람 이상의 지역사회보건의료체계의 기반이기 때문에, 대부분 원격의료를 선호하지 않는다.

특히 주치의제도하에서 원격진료를 섞는다고 특별히 더 보상을 받거나 환자들이 비용을 부담하지도 않는다. 필요성을 중심으로 산간벽지, 북유럽국가의 섬들, 원양어선, 오스트렐리아의 서부내륙등에서 구체적으로 적용되며, 일차보건의료체계의 핵심요소들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해외의 사례조차 우리는 해외도입의 구체적 사례를 분석하지 않고, 한국만 도입이 늦어 제도에 뒤쳐진다는 비판 근거로만 쓰고 있다. 작년 6월 경제위기를 이겨낼 규제완화책의 첫번째로 경총(경제인총연합)이 주장한 것이 '원격의료'다. 보건의료 전문가도 아니고 경제인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이들은 온전히 '돈벌이' 수단으로써의 원격의료를 주창한다. 그런데 앞서 보았듯이 해외에서 누구도 '돈벌이'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원격의료가 굳이 한국에서는 영리적인 요인이 큰 이유도 다름 아닌 한국의료의 시장중심성 때문이다. 새로운 의료장비나 건강관리서비스가 모조리 영리기업의 돈벌이로 보이는 이유가 의료전달체계가 부재하고 주치의제도를 위시한 일차보건의료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의료전달체계 바탕 위 기술 도움

애초부터 지역사회의료 연계제도가 없고, 주치의제도 등의 의료체계가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원격의료' 논란이 부추겨졌고, 돈벌이를 위해 '원격의료'를 도입하자는 불나방들이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이제라도 '원격의료' 도입에 진정성을 가질려면 주치의제도를 위시한 일차보건의료제도 전반을 확립하는 문제에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주치의제도가 도입된다면 '원격의료' 논의가 지금처럼 논란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국민들을 위해 꼭 필요한 곳에서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정부도 '원격의료'가 아니라 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노력에 경주해야 한다. 올바른 일차보건의료체계가 확립된다면 진료방식이나 첨단의료기술 도입은 필요에 따라서 제대로 작동할 것이다. 원격의료를 둘러싼 불필요한 사회적 논의의 해결책은 다름아닌 '주치의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