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기 대한상의 기업활력법 활용지원센터 팀장

얼마전 ’기업 제1의 존재이유, 생산성’이라는 책을 읽었다. 일본의 저명한 조직 혁신 전문가인 이가 야스요가 쓴 것이다. 그는 생산성은 부가가치액을 투입자원량으로 나누어 계산하는데, 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딱 두 가지라고 했다. 비용을 삭감하거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이중 비용삭감은 일정선에서 한계에 도달하지만, 시장에서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자원을 집중시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는 이론상 상한선이 없다고 주장했다.

해외 유명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 격화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는 경영판단을 하거나 부가가치가 낮은 것은 버리고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사례는 많이 볼 수 있다.

사업재편 땐 보상과 불확실성 상존

미국의 GE는 상징과도 같았던 가전 사업부를 매각했고, IBM도 PC 사업 매각 후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있다. 필립스는 반도체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의료기기와 소비자 생활가전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의 후지필름은 필름부문을 매각하고 화학, 소재 등의 영역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최근에는 급격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IT, 바이오 등 신산업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사업재편을 통해서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키우면서 지속성장을 추구한다. 하지만 기업 사업재편과 같은 활동에는 성공에 따른 보상도 기대되지만 불확실성도 상존한다. 향후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아울러 사업재편에 따른 법적 절차, 세금, 연구개발 비용, 판로, 자금 조달 문제 등 검토해야 할 복잡한 문제들도 많다. 기업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생산 제품이나 서비스를 결정하는 경영판단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선제적 사업재편을 하는 경우에 사업재편 과정이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있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 그것이다. 기업이 사업재편, 즉 사업의 일부 혹은 전부의 생산성을 상당 정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을 할 경우, 상법·공정거래법상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해주고 양도차익 과세이연, 정부 연구개발 사업 참여시 가점 부여, 자금 지원 등을 원샷(oneshot)으로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때 신청기업은 합병·분할, 생산설비 및 영업자산 매각·매입 등의 구조변경 활동을 해야함과 동시에 신제품·신기술개발, 생산·판매 효율화 등의 사업혁신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얼마 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가 해외 주요 인수·합병 사례를 분석한 결과, 사업재편 과정이 신속하게 진행될수록 성과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기업활력법은 기업의 신속한 사업재편을 도울 수 있어 사업재편을 원하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만하다고 판단된다.

기업활력법은 지난 2016년 과잉공급 업종에 속한 정상기업의 자율적 사업 재편을 돕기 위해 3년 한시법으로 시행되었다. 그러다가 올해 8월에 제도가 확대 개정되어 1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개정된 기업활력법에는 신산업 진출 기업과 산업위기지역 기업이 적용 대상에 포함되고, 산업용지처분제한 특례,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요건 완화, 이월결손금 공제한도 확대 등 각종 혜택도 추가되었다.

최근 향후 5년 후, 10년 후 우리 경제의 먹거리는 무엇일까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우리의 주요 주력 산업은 정체되고 신산업의 창출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8월부터 기업활력법 확대 개정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개별 기업들의 생산성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높은 생산성을 가진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 성장은 기업들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에 크게 의존한다.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큰 기업들이 많은 산업은 발전한다. 발전하는 산업이 많을수록 경제도 같이 성장하는 것이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는 기업활력법이 우리 산업경쟁력 회복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