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록 사회주택협회 상임이사

서울시는 지난 10월 23일 ‘2020 서울시 청년출발지원정책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청년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월 20만원의 임대료를 최대 10개월간 지원하는 ‘청년 월세 지원’사업과 최대 7천만원까지 대출해 주는 ‘청년 임차보증금 지원’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 서울시는 2020년부터 청년주거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해 청년 주거지원정책을 통합 관리하고 청년 현실에 맞는 지원을 하기로 했다.

주거권, 경제적 위험에 국한되지 않아

주거기본법에 따르면 주거권은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라고 정의되어 있다. 초기 주거권 정의에 들어가 있던 ‘경제적 위험’에 대한 부분이 법 제정 과정에서 삭제됐다. 주거권을 물리적·사회적·경제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으로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UN 해비타트에서는 적정 주거 권리를 ‘점유의 안정성’, ‘주거시설 및 서비스 접근성’, ‘부담가능성’, ‘최저주거기준확보’ 등으로 정의한다. 주거권 정의가 이와 같다면 대한민국 청년 1인 가구는 여러 면에서 주거 문제를 겪고 있다.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지옥고로 대변되는 지하방·옥탑방·고시원 등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거나 비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상당하다. 주거이동 및 평균 거주기간도 1.3년에 불과해 전체가구 평균 거주기간(7.7년)에 비해 불안정성이 높다. 주거비 부담도 월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 비율(RIR)이 30%가 넘는 가구가 26.3%로 일반가구(11%)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또한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문제는 비혼·만혼, 저출산 등 사회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청년 1인가구를 위한 주거 정책 마련과 지원에 사회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청년 1인 가구 주거 정책은 위기 상황의 극복, 예방적 접근, 미래지향성,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기 어려운 청년의 경우 독립 과정에서 적정한 주거 마련이 어렵고 주거비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또 불안정한 소득 때문에 안정적 주거 유지가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발표된 서울시 청년 월세 지원은 위기 상황의 극복과 위기 상황으로 빠지지 않게하는 예방적 제도로 볼 수 있다. 청년 임차보증금 지원 사업은 최대 7천만원까지 대출해 주고 대출 이자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사회 진입 초기 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청년에게 안정된 주거를 확보할 수 있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자산 형성과 주거 상향의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로 미래지향성을 가지고 있다.

사회주택과 청년 주거비 지원 사업이 연계되면 사업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택은 민관협력형 임대주택으로 시세의 80% 수준 임대료로 10년간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다. 청년 주거비 지원 사업과 사회주택이 연계된다면 주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생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공동체에 대한 이해, 정보의 공유 등 청년의 삶의 질 향상과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사회주택은 임대료 기준이 정해져 있어 임대료 상승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온전히 주거비 보조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정보 부족이 청년 주거난 가중시켜

2017년 서울시 주거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39세 이하 가구주의 주거불안 경험 비율은 34.3%이지만 이중 주거상담 이용 비율은 3.1%에 그치고 있다. 25개 자치구에 설치된 지역주거복지센터의 상담자 연령별 현황에서도 39세 이하 상담 비율은 8.79%에 불과하다. 2018년 서울시 중앙주거복지센터와 민달팽이 유니온이 함께 실행한 청년주거상담실 운영에서 청년이 겪고 있는 주거문제는 주거관련 정보부재, 계약기간·보증금 반환 등 주택임대차보호의 문제, 사생활 침해·주택 침입 등 임대인 갑질의 문제가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청년주거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청년들을 위한 실질적인 주거 상담과 정보 제공, 교육, 자원연계 등을 진행하는 것은 청년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서울시의 청년 주거 정책이 그동안의 공급 중심 정책에서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전달체계 마련과 주거비 지원으로 청년 삶에 도움을 주는 실질적인 지원 정책으로 자리잡게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