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빼기로 합의' 보도에 유 "전혀 없었다"

"통화내용 비공개 약속" 신뢰 균열 우려

탄핵문제, 총선 공천과 직결 '뜨거운 감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의 보수통합 논의가 물꼬를 텄지만 시작부터 순조롭지 못한 모습이다. 신뢰 위기가 쌓이면 협상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부론 후속 입법 세미나 참석한 황교안│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부론 후속 입법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황 대표 주변 인사들이 상황인식 방해" = 8일 한국당과 변혁에 따르면 황 대표는 보수통합 선언 긴급 기자회견 다음날인 7일 유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유 대표에게 만나서 구체적인 보수통합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고 유 대표는 실무협상 창구를 먼저 만들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첫 통합논의' 과정에서부터 불협화음이 불거졌다. 바로 이날 저녁 두 사람이 탄핵 문제는 과거에 묻어두기로 하고 통합 논의 의제에서 탄핵문제를 빼기로 합의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유 대표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오전 황교안 대표와 전화통화를 했으며, 보수재건을 위한 대화 창구를 만들자고 얘기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탄핵을 묻고 가자' '의제에서 탄핵문제는 빼겠다'는 이야기는 전혀 없었음을 분명히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오늘 통화는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밝히면서 한국당 쪽에 '약속파기' 책임을 우회적으로 제기했다.

발언하는 유승민│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인 유승민 의원이 7일 오전 국회에서 비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한 변혁 관계자는 "오보도 문제지만 통화내용 비공개 약속이 깨진 것은 신뢰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같은 일이 반복되면 판이 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황 대표 주변 인사들이 나서서 변혁 의원들과 개별 접촉한 내용을 제각각 직보(직접 보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잘못된 내용이 황 대표의 상황인식을 방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당은 이날 홍철호·이양수 의원에게 실무협상을 맡겼다. 변혁은 이번주 내에 실무협상팀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인정 조건 '블록딜' 성공할까 = 이날 '불협화음'은 앞으로 이어질 통합논의의 험로를 예고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탄핵 문제는 유 대표가 제시한 3대 조건(△탄핵 인정 △개혁보수로 나가기 △낡은 집 허물고 새 집 세우기) 중 가장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이다.

유 대표에게 탄핵 인정 문제는 보수통합의 '명분'이지만 동시에 이른바 '블록딜(주식 대량매매)'의 필수조건이다. 변혁 소속 의원들의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서는 양보하기 힘들다는 것. 탄핵을 지지하고 탈당을 감행했던 구성원들이 통합 후에도 '배신자 프레임'에 빠지지 않게 해야 공천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탄핵 인정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황 대표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많다.

반면 우리공화당을 의식하고 있는 황 대표에게 탄핵 문제는 '뒤로 넘기고 싶은' 사안이다. 한국당은 유 대표를 협상 테이블에 일단 앉히는 데 주력하면서 탄핵 인정의 수위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센터 소장은 "협상의 가장 큰 원칙은 서로의 주장과 양보를 양보하는 태도"라며 "한국당이 변혁의 백기투항을 압박하고 변혁이 탄핵 인정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는다면 난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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