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강원, 내년 농어민수당 도입

경기도는 농민기본소득 추진 나서

농가별 지급 시 여성·청년농 소외

전국 지자체들이 위기에 처한 농민들의 민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농촌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초고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포기 결정으로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진 대책이 농가에 일정금액을 지원하는 이른바 '농민수당'이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지난 6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 관련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WTO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농업보조금 체계를 개편하는 것. 양 지사는 "농어업·농어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과 지속가능한 농어업 환경유지 및 증진을 위해 '충남형 농어민수당'을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연말까지 조례를 제정하고 지원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어민수당을 도입하는 대신 농업환경실천 사업은 폐지한다. 여성 농업인을 위한 바우처사업은 지원 대상을 만 72세에서 75세로 상향해 혜택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또 가격안정세 품목과 지원 한도를 넓히고 농산물에 대한 국내 수요를 확대, 수출물류비 대신 해외마케팅 지원사업 등을 새로 추진한다. 양 지사는 "그동안 '3농정책'을 도정 역점 과제로 추진, 농어업·농어촌이 갖고 있는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민관 거버넌스 체계를 확대 구축해 왔다"면서 "현장의견을 충분히 반영, 농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원도도 '농민수당' 검토에 나섰다. 강원도는 지난 5일 도청 제2청사에서 WTO 개도국 지위포기 관련 강원도 대응전략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도와 농민단체, 학계 전문가 등이 한자리에 모여 강원도 농업의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강원도는 이 자리에서 농민수당 도입 방침을 밝혔다. 올해 안에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마치고 내년부터 지원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농민수당을 누구에게, 얼마씩 지급할지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농민단체들은 최소 월 10만원씩 연간 120만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강원도는 재정여건과 타 지역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는 내년에 전국 최초로 농민기본소득 도입 작업을 시작한다. 도는 7일 "위기에 처한 농업농촌 지원을 위해 내년도 농정·해양분야 예산을 전년대비 590억원(7.5%) 늘어난 8404억원으로 책정했다"면서 "주목할 점은 농민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조사 및 운영체계 구축관련 예산 27억5000만원을 마련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농민기본소득은 다른 지자체의 농가소득 지원과 달리 농민 개인에게 지원하는 것"이라며 "농민수당이 공익적 가치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보상 성격이라면 '농민기본수당'은 공익가치와 농민 생존권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농민기본소득을 시행하려면 농민을 식별하는 기준이 문제인데, 지역자치 방식으로 주민들이 해낼 수 있도록 교육, 조직화해 풀어갈 예정"이라며 "준비작업이 마무리되면 내년 하반기에는 시범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미 '농민수당'을 도입한 일부 지자체들처럼 농업경영주로 등록된 농업인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농가에서 함께 일하는 여성이나 청년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국여성농민총연합은 지난 9월 성명을 내 "농민수당을 추진하는 지자체들이 생색내기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자체들이 모든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농가수당'을 지급, 여성·청년 농민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민수당의 경우 현재 전남도에서 지난 5월 30일 농민수당 주민조례 제정청구가 완료됐고, 충북과 경남은 농민수당 또는 농민기본소득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기초단체는 전남 해남·강진·함평, 전북 고창 등 4곳에서 농민수당을 지급하고 있고, 경기 여주, 충남 당진, 경북 봉화 등 곳곳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곽태영 기자 전국종합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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