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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개인 전문투자자는 별도 보호장치 필요"

전문투자자 요건 대폭 완화돼 대상자 최대 39만명 … 사모펀드 제도개선 심포지엄

등록 : 2019-11-08 12:02:22

"개인 전문투자자는 투자권유 절차와 관련해 일반투자자로 간주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건이 터지면서 개인의 사모펀드 투자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달 중순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을 대폭 완화한 법령을 시행할 예정이다. 규제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한국증권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올바른 사모펀드의 역할 및 발전방향' 정책심포지엄에서 발표자로 나온 류혁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개인 전문투자자의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투자자로 분류되면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보호 장치인 금융투자업자의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적정성 원칙 등 영업행위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자본시장법은 투자자가 일반투자자인지 전문투자자인지의 여부를 금융투자업자가 확인해서 일반투자자에 한해서만 투자자 보호원칙을 적용하도록 했다.

지난해말 현재 개인 전문투자자는 약 1950명에 불과하지만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이 완화되면 대상자가 약 37만~39만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5천만원 1년 투자했다고 전문투자자? = 류 교수는 "개정 시행령의 문제는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적합성 원칙 등)와 이를 위반할 경우 따르는 손해배상책임 특칙 조항이 실질적으로 정보비대칭이 존재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에게 광범위하게 배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개정된 시행령은 전문투자자의 요건(투자경험)을 '최근 5년 중 1년 이상 투자계좌를 유지하고, 초저위험 상품(국공채, RP 등)을 제외하고 월말평균잔고 기준 5000만원 이상 보유경험이 있을 것'으로 완화했다. 현행 요건은 '금융투자상품 계좌를 1년 이상 유지하고, 개인 전문투자자 신청시점에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억원 이상일 것'으로 돼 있다.

손실감내능력 요건도 '직전년도 소득액 1억원(부부합산시 1.5억원) 또는 순자산 5억원(거주주택 제외, 부부합산 가능) 이상'으로 낮췄다. 현재는 '직전년도 소득액 1억원 또는 총자산 10억원 이상이다.

류 교수는 "5000만원 정도의 자금으로 1년 정도 증권 투자만 한 투자자가 파생상품이 내재된 상품에 대한 투자위험 등을 독립적으로 판단해 투자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며 "금융투자상품의 다양성을 감안할 때 일부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경험만으로 전문성 구비 여부를 유추하는 곳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미, 모든 투자자에 보호 규정 적용 = 미국은 개인이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증권, 즉 사모를 거래할 수 있는 자'를 공인투자자(accredited investor)로 규정하고 있다. 개인이 공인투자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요건은 '연소득이 최근 2년간 20만달러(부부합산 30만달러) 초과, 또는 개인 순자산 또는 그 배우자와의 공동 순자산이 100만달러를 초과'하는 경우다.

우리나라는 전문투자자와 별개로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적격투자자 요건을 최소 투자금액으로 정해서 전문투자형의 경우 1억원 이상, 경영참여형은 3억원 이상으로 완화했다. DLF사태가 터지면서 피해를 입은 대다수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이 분류했던 적격투자자 개념에는 맞지 않는 일반투자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전문투자자와 유사한 공인투자자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전문투자자라는 이유만으로 투자자 보호원칙 적용대상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적합성 원칙은 금융투자업자의 고객이면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적합성 원칙은 투자권유 전에 투자목적과 재산상황, 투자경험 등을 파악하고 서명, 기명날인, 녹취 등의 방법으로 확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투자권유는 못하도록 하는 투자자 보호장치다.

미국은 기관투자자라고 하더라도 투자위험을 평가할 수 있다고 믿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적합성 원칙'을 배제할 수 있다.

류 교수는 "미국은 공인투자자라 할지라도 적합성 테스트를 당연히 수행한다"며 "미국의 공인투자자 제도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함께 자본시장법이 위험감수능력이 있음을 고려해 전문투자자를 설명의무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문투자자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았던 '구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해당법률을 해석한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투자권유단계에서 판매회사의 투자자 보호의무는 투자자가 일반투자자가 아닌 전문투자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자본시장법 개정 시행령은 회계사 변호사 변리사 등 국가 공인자격증 보유자(1년 이상 투자계좌 유지, 잔고 5000만원 이상, 손실감내능력 요건없음)를 개인 전문투자자 인정요건에 포함시켰다. 유럽이 '금융분야 전문지식 요구되는 직에서 1년 이상 근무'한 경우 전문투자자로 인정하는 기준을 우리나라에 적용한 것이다.

류 교수는 "금융분야 전문지식 보유자에 대한 신규 기준은 미국과 일본 등에는 없는 제도"라며 "투자경험을 측정함에 있어 1년 정도 계약의 종류를 구분해 투자경험이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DLF사태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으며 다음 주 발표할 예정"이라며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투자자 보호 측면과 사모펀드 본연의 역할 보장 측면 간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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