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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슈피겔 "독일 차업계, 미래자동차 시대 전혀 적응 못해"

등록 : 2019-11-08 11:57:35

독일차 "'움직이는 껍질' 공급하는 업체로 전락하지 않겠다" 에서 이어집니다

중국에서 미래를 엿보다

현재까지 슝안 신도시의 중심만 완공됐다. 각종 서비스센터와 행정기관, 호텔, 두 곳의 복합몰과 공산당 지방본부 등이 들어섰다. 하지만 슝안 중심가는 미래교통이 어떻게 발현될지, 중국의 거대한 계획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슝안 신도시는 조용한 도시가 될 전망이다. 오직 전기자동차만 운행할 수 있다. 두 곳의 거대한 주차장은 완공됐다. 각각의 주차장은 전기충전소를 갖췄다. 만성적인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중국은 친환경 전기차에 지대한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과 연계되는 슝안 신도시 건설 모습. 사진 신화통신=연합뉴스


비야디나 CATL는 국제적으로 가장 규모 큰 배터리 생산업체다. 이들이 계획중인 배터리 생산용량은 전 세계 모든 제조사를 합한 것보다 3배 이상 크다. 베이징의 전기차 충전소는 13만곳 이상이다. 독일 전역의 충전소를 합한 것보다 많다. 중국 정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도 개방적이다. 슈피겔은 "분명한 건 내연기관 엔진은 더 이상 중국의 미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전기차를 모는 사람들은 보조금을 받는다. 차 구입가격의 3분의 1까지 보조금을 주던 과거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넉넉하다. 내연기관 엔진차 구매자와 달리 전기차 구매자는 비싼 면허증 발급료를 내지 않는다. 또 언제든 원할 때 하루 종일 운전할 수 있다. 반면 내연기관 엔진차는 대도시의 경우 1주일 중 하루는 쉬어야 한다.

슝안 신도시는 운전자 없는 거대도시가 될 전망이다. 이미 신도시 중심을 휘감는 환상형 도로는 푸른색의 소형 무인버스가 다니고 있다. 박스형 무인버스 내엔 음료와 과자를 파는 움직이는 자판기가 있다. 센서가 고객을 인지하면 자동적으로 멈추고 고객은 모바일폰으로 결제한다.

슝안 신도시의 자율주행 버스와 움직이는 자판기, 자율 청소기는 검색엔진업체 바이두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작동한다. 인터넷 거대기업인 바이두는 무인 자동차에 뛰어든 첫 번째 기업이었다. 이후 온라인 기업 알리바바, 소셜미디어 기업 텐센트가 바이두 사업에 합류했다. 이들은 자동차 기업 '디디',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와 '바이튼'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또 자율주행차 프로그램을 짜기 위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대거 고용했다. 한편 화웨이는 방대한 데이터를 막힘없이 주고받기 위해 5G네트워크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23세 판보난은 슝안 신도시를 관광객과 방문객에게 안내하는 중국 공무원이다.그는 슝안 신도시에서 수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산다. 하얀색 폭스바겐 골프를 몰고 출근한다. 하지만 차는 신도시 외곽 주차장에 대야 한다. 여기는 수십대의 친환경 전기버스가 도시 중심으로 출근하는 수백명의 사람들을 태우는 곳이다. 중국은 친환경 전기버스 생산에서 독보적인 나라다. 전 세계 운행중인 40만대 가량의 친환경 전기버스는 사실상 전부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다음에 무슨 차를 살 것이냐는 질문에 판보난은 "또 다른 차를 살 계획은 없다. 슝안 신도시에 들어가려면 차는 필요없다. 신도시는 '15분 라이프사이클'을 구현한다. 걸어서 15분 내 거리에 슈퍼마켓과 입주민센터, 종합병원, 영화관, 학교 등 입주민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있다. 직장이 15분 거리 밖에 위치한다면 자율주행 버스를 타면 된다"고 말했다.

사라진 선점효과

2017년 겨울 BMW는 전 세계 10만대의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기념하는 의미 있는 행사를 열었다. BMW가 매년 판매하는 250만대와 비교하면, 대단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독일 내 전기차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차 리더 기업'이라 불릴 만한 수치였다. 당시 CEO 하랄트 크뤼거는 "우리는 전기차 부문에서 성공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2년이 채 안돼 그같은 자부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전기차 판매 대수는 당초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크뤼거 본인은 회사를 떠났다. 후임자 올리버 집세는 전기차 경험을 바탕으로 다소 애매한 결론을 내렸다. 그는 "기술적 경험을 충분히 쌓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경쟁기업들 역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은 BMW를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하려던 계획을 포기한다는 의미였다. BMW는 스스로를 '고품질 자동차 생산자'라는 과거의 역할에 또 다시 가뒀다.

여타의 자동차 제조사처럼 BMW 역시 비용을 절감하라는 심각한 압박에 직면해 있다. 올해 상반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으로 하락했다. 반면 최근 연구개발비는 매년 10억유로씩 오르고 있다.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다.

BMW 경영진은 러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서는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믿었다. 집세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토론이 상당 부분 산업적 포퓰리즘과 혼재돼 있다고 믿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시되고 있다"며 "원하는 주행 추진력을 가진 차가 어떤 차인지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고객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다양한 추진력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그에게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자동차는 많은 옵션 중 하나다. 연료전지를 갖춘 수소차도 마찬가지다.

집세는 이를 '선택의 힘'이라고 명명했다. 듣기에는 합리적이다. 슈피겔은 "하지만 BMW가 배터리 구동 전기차 등에 에너지를 집중하지 않겠다는 말은 결국 포기나 굴복의 의미"라며 "결국 BMW는 전기차 부문의 과거 리더로 자리매김했다"고 지적했다.

BMW는 2013년 대량판매시장을 겨냥해 전기차를 출시한 첫 번째 독일 기업이었다. BMW의 소형 'i3'는 유럽은 물론 매연이 심한 중국과 미국의 대도시에서 히트상품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비용 측면에서 i3은 재앙이었다. BMW가 i3 제조공장에 사용한 값비싼 원자재, 배터리와 탄소섬유 차체에 들어가는 고비용 때문이었다. 게다가 BMW는 예상판매대수를 너무 높게 잡았다. 출시 첫해 1만6000대가 팔렸다. 6년이 흐른 올해는 4만대를 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3은 판매대수 기준 전 세계 10대 전기차에서 이미 탈락했다.

지난달 중국 우전에서 열린 엑스포에서 무인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사진 신화통신=연합뉴스


한때는 개척자, 지금은 낙오자

BMW 본사에서는 i3 출시 타이밍이 너무 빨라 고군분투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진실의 일부분일 뿐이다. i3 출시 직후 BMW 경영진은 불안했다. 전기차 모델을 추가로 출시하는 대신 전기차 개발을 당분간 보류했다. BMW의 초기 시장 선점효과는 급속히 사라졌다.

BMW는 2021년 차세대 전기차를 출시하려 계획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쟁기업들은 그보다 훨씬 앞서 시장을 두드리는 상황이다. 시장의 개척자였던 BMW는 이제 낙오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수많은 전기자동차 혁신가들이 BMW를 떠났다. BMW 전기차부문 사장이었던 울리히 크란츠는 이제 미국 스타트업 '카누'에서 전기차를 개발중이다. 하이브리드 'i8'의 개발 책임자였던 카르슈텐 브라이트펠트는 미중 합작 전기차 제조사 '패러데이 퓨처' 대표를 맡고 있다. BMW 전기차 제품개발 대표였던 크리슈티안 센거는 현재 폭스바겐 CEO다.

BMW는 2021년 전기차 모델 출시를 계획하고 있지만, 전기차로 단호히 돌아선 건 아니다. CEO 집세는 계산이 딱딱 들어맞지 않는 리스크를 지려 하지 않는다. 전기차 제조는 물론 모빌리티와 차량 공유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그는 "BMW의 핵심 경쟁력은 전 세계 최고의 차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가 직면한 실제적인 도전과제"라고 말했다.

BMW가 직면한 또 다른 진실은 대규모 기술적 실험을 하기엔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익이 더 이상 줄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BMW 경영진들은 이미 향후 지출 절감과 관련해 노동자협의체와 논의중이다. 상여금이 줄어들고 교대시간도 단축될 예정이다. BMW는 또 생산모델 수를 줄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i3의 미래는 더 불투명해졌다. 담대한 야심을 품고 있는 이들은 독일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 있다.

유럽을 공략하는 중국

중국 지리자동차 창립자이자 CEO인 리슈푸는 '유령'이라고 불린다. 그는 몇주 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갔다. 하지만 소수의 CEO를 빼고 그를 본 사람은 없었다. 지리는 중국 최대 자동차 제조사다. 국제 자동차 산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만기친람형 인물로 알려져 있다. 회사 모든 부분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미시경영자다.

독일로 치면 작고한 폭스바겐 창립자 페르디난트 피에히와 비슷하다. 리슈푸도 피에히만큼 야심이 크다. 그는 지리자동차를 전기차 부문 세계 선도기업으로 만들려고 한다. 폭스바겐과 맞장을 뜨겠다는 것. 그리고 수많은 브랜드를 내세워 차를 제조하는 독일의 전략은 리슈푸가 모방하려는 전형이다.

지리자동차는 2010년 유럽에 진출했다. 스웨덴 볼보를 인수하면서다. 당시까지 소형자동차만 생산하던 지리는 이 거래로 단숨에 글로벌 주요 사업자로 등극했다.

지리는 처음부터 공세적으로 볼보를 전기차 제조사로 탈바꿈시켰다. 지리는 2013년 런던택시컴퍼니(LTC)를 인수했다. 이곳은 영국 전통의 택시 '블랙캡'을 만든다. 지리는 2억7500만파운드(약 4100억원)를 들여 블랙캡 전기차 공장을 지었다. 전기택시 수출을 노렸다. 독일 국영철도기업 '도이체반'이 운영하는 택시셔틀자회사 '이오키'가 전기 블랙캡을 구입해 배치했다. 리슈푸는 다임러 지분 10%를 약 70억유로에 사들이면서 독일에도 진출했다.

다임러도 독일 투자자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다임러는 올해 3월 위기에 빠진 소형차 '스마트'를 지리자동차와 합작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두 회사는 중국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다. 2022년부터 전기차 버전 '스마트'를 생산하기 시작한다. 다임러 CEO 올라 칼레니우스는 "독일에서 불가능한 원가구조가 중국에서는 가능하다"며 "그 덕분에 우리는 적절한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임러와 지리는 중국에서 또 다른 합작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으로, '상류층을 위한 우버'로 인식되고 있다.

리슈푸는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에 대한 가장 강력한 공격은 울타리 밖, 즉 알리바바나 구글 등의 기업에서 나온다고 확신한다. 그같은 맹공을 물리치려면 어제의 경쟁자는 오늘의 친구가 돼야 한다. 리슈푸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남쪽도시 라운하임에 교두보를 마련한 이유다.

지리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차로 9분 거리에 있는 라운하임에 사무실과 연구빌딩을 마련했다. 300명의 직원을 수용할 정도로 크다. 하지만 현재까지 입사인원은 40명에 불과하다. 지리는 독일의 부품 공급업체와 완성차 제조사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기타 전문가는 물론이고 페라리와 마세라티, GM, 피아트 등에서 일하는 고급인력을 영입하려 한다. 이들의 임무는 자동차의 뼈대를 이루는 섀시, 전기차의 안전부품 등을 개발하는 것이다. 지리에서 생산하는 모든 차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네트워킹 역시 연구개발의 초점이다. 지리가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사무실을 낸 이유는, 독일의 엔지니어링 기술을 존경하고 목숨을 걸고서라도 배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같은 칭찬은 독일 사람의 입장에선 달콤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같은 겸손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의문이다. 지리는 체계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중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 정부는 글로벌 1등 기업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 지리가 그 후보 중 하나다. 민간기업인 지리의 경험은 결국 국영 제조업체들의 본보기가 된다.

중국 정부는 처음부터 수백개 기업들에게 서로 경쟁하라고 했다. 전기차 산업을 키우는 방법이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어마무시한 투자를 단행했다. 정책은 성공적이었다. 중국 제조사들은 시장을 완전 장악했다.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10대 전기차 목록을 보면 독일 브랜드는 찾아볼 수 없다. 폭스바겐 다임러, BMW는 내연기관 엔진차 부문에서만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통의 독일차 추락할 위기?

유럽연합(EU) 예산·인재 집행위원인 귄터 외팅어는 독일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는 일이라면 물불을 안 가린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 소속인 그는 심지어 녹색당 소속의 튀빙겐 시장을 '반역죄인'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관용차로 독일 다임러가 아닌 일본 토요타의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다는 이유다.

외팅어는 독일차의 미래를 걱정한다. 유럽과 독일의 자동차 산업이 결국 미국과 아시아의 IT기업에 종속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는 "쇼크업소버나 펜더, 시트, 조명기술 등 전통적인 부품이라면 독일 기업들은 여전히 최고"라며 "하지만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부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메르세데스나 아우디, BMW는 구글이나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우버와 같은 데이터기업을 위한 공급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데이터, 데이터가 이어주는 고객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다. 데이터가 없으면 힘도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외팅어는 전기차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그는 "기업들은 친환경 자동차에 관련한 정치적 압력에 받고 있지만 정책당국이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충분히 정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그같은 맥락에서 외팅어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산화탄소 배출 기록을 분식할 수 있도록 EU 당국이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전기자동차를 생산할 때 실제로는 수톤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만, 장부상으로는 0그램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처리하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것.

그는 "전기자동차를 환경에 중립적으로 인식하는 게 언제나 정확한 건 아니다"라며 "신재생 에너지냐 아니냐는 전력이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는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고객이 앞으로 전기차를 더 많이 산다고 해도 그게 꼭 독일 제품일 것이라는 보증은 없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올해 5월 아우디의 전기차 '이트론'과 메르세데스 'EQC' 시승기를 게재했다. 가격은 각각 8만2600유로(약 1억600만원), 7만8950유로(약 1억116만원)다. 40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고 300킬로와트 출력을 자랑하는 독일 전기차는 매력적이고 안락하지만, 경쟁기업 테슬라 모델에 비해 조향장치가 기술적으로 부족하다고 썼다. 르몽드는 "무엇보다 두 모델에 과감함이 부족하다"며 "새로운 시대의 자동차가 아니라 전기로 움직이는 전통적 차로 느껴졌다"고 평했다.

독일은 기술이든 정치든 늘 혁명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내연기관 엔진의 종말이 여전히 독일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마치 기후변화 논쟁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자동차산업계는 휘발유와 경유를 태우는 중후한 SUV를 계속 생산하고 있다. 2010년 전 세계 운행중인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은 3500만대였다. 현재는 2억대까지 늘었다.

엔진은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의 자부심이자 자동차에서 가장 비싼 부품이다. 그러한 엔진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다. 뼈아픈 상황이다. 이는 다임러나 아우디 등 주요 자동차업체의 미래를 넘어 심각한 결과를 가져온다. 만약 내연기관 엔진을 1200개 또는 1400개로 완전히 분해해 보면 차 부품공급 산업이 얼마나 방대하고 확립된 시장인지 상상할 수 있다. 각각의 벨트와 흡입관, 피스톤과 주형 부품, 엔진마개와 차량캠축 뒤에는 최고의 품질, 극도의 정밀성을 가진 부품들이 들어간다.

하지만 전기모터는 그렇지 않다. 전기모터는 기껏해야 100개, 많아야 200개 부품이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가장 비싼 부품이다. 전기차 가치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배터리는 독일에서 만들지 않는다. 한국의 삼성이나 LG화학, 중국의 CATL이 만든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유럽의 배터리 제조기업을 최소 1곳이라도 만들려는 경쟁은 이미 사라진듯 보인다.

수십만명이 실직 위기에

독일 곳곳의 수많은 소도시와 마을에서 하이테크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당연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독일에 이같은 상황의 의미는 뭘까. 독일 자동차 산업계는 88만명을 직고용하고 87만명을 간접고용한다. 독일 산업에서 가장 중요하다. 수십만명의 일자리가 위태롭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폭스바겐 CEO 헤르베르트 디스처럼 그같은 운명을 회피하고자 애쓰는 이도 드물다. 향후 수년 동안 폭스바겐은 시스템 개조에 300억유로(약 38조3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목표는 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리더다. 향후 10년 동안 22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전 세계 차 제조사 중 가장 다부진 계획이다. 매우 값비싼 실험이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결국 전기차 판매가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은 여전히 둥지에서 뛰어내리지 않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2~3%에 그친다. 독일 내 점유율은 그보다 더 낮다. 독일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운행 대수를 100만대로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은 한없이 초라하다. 결국 새로운 시대는 이제 막 시작하고 있을 뿐이다. 폭스바겐 CEO는 정부가 지원하는 막대한 보조금에 의존해 자사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는 "이는 사회적 관심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정부와 산업계가 모여 전기차 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올해 정부와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구매 지원금으로 책정한 예산은 12억유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3분의 1만 받아갔다. 디스의 전략이 적중해 소비자들이 폭스바겐이 만든 전기차를 구매한다고 해도 독일 차 업계가 직면한 현실은 엄중하다.

수많은 중소기업 파산 우려

독일 서남부 도시 데팅겐에 위치한 기업 '에를링클링어'는 자동차 실린더헤드 마개를 생산한다. 독일제 자동차 거의 전체가 에를링클링어의 부품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 매출 17억유로의 90%가 이 부품에서 나온다.

하지만 전기차 모터엔 이 부품이 필요없다. 폭스바겐과 다임러, BMW가 전기차 생산으로 무게축을 이동할 경우 에를링클링어는 심각한 수요 부족을 겪는다.

이 회사 대표 슈테판 볼프는 "제조사가 부품 공급사에 가하는 압력이 최근 몇년 새 급격히 커졌다. 그들은 근시안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 서남부 금속기업 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오랜 기간 차 부품을 생산해온 사람이지만, 내연기관 엔진의 절대적 옹호자는 아니다. 그의 두 번째 자가용은 테슬라의 전기차다.

볼프는 "전기차로의 전환은 부품 공급업체들도 주체로 세울 때 성공할 수 있다"며 "내연기관 엔진에 의존하는 많은 중소기업들은 그같은 전환에 살아남을 수 없다. 기차는 이미 매우 빠르게 달리고 있고, 거기에 뛰어올라 탑승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독일 중소기업계 현실은 엄중하다. '구스베르케 사르브뤼켄'이나 '아이젠만', '베버 아우토모티프'는 올 여름 파산신청을 했다. 세 기업 모두 3000명 안팎을 고용하던 중견기업이었다. 경영이 어려운 '콘티넨탈'도 2만명의 일자리를 장담하지 못할 위기다. 콘티넨탈 자회사 '섀플러'는 이미 1300명을 정리해고했다. '보쉬'는 1600명을 해고중이고 '말레' 역시 사업을 줄이고 있다. 에를링클링어 등은 근무시간 교대를 줄이고 있다. 'ZF프리드리히스하펜'의 노동자들은 회사가 일자리와 공장을 해외로 옮긴다는 두려움에 파업을 진행중이다.

슈피겔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반대로 전기차 전환시기에 실패한 기업 상당수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며 "자동차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타격은 완성차업체보다 공급업체에 더 클 것이다. 완성차업체들은 외부에서 조달한 부품을 계속 사용하면 된다.

전환은 또 사회적 요소를 갖는다. 자동차 부품 제조에 전문화된 많은 기업들은 독일 시골지방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 공장들이 사라진다면 지역공동체에 큰 문제가 생긴다.

에를링클링어의 볼프는 "15년 전에도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개인적으로 궁금했다"며 "이 회사가 결국 퇴보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새로운 제품에 일찍 투자한 이유이다. 에를링클링어는 '바이폴라 플레이트'와 같은 수소연료전지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도 지어놨다. 2개의 생산라인을 추가해 2011년부터 배터리 부품을 만들고 있다. 이 부품의 첫 대형 고객은 BMW였다. i3모델에 이 부품을 썼다. 볼프는 "우리는 사실 전기차로의 전환 준비를 끝냈다"고 말했다.

슈피겔은 "하지만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이 스스로 전환을 끝마치지 못한다면, 부품업체의 전환 노력이 그다지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실제 바뀌지 않았다. 조금도 전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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