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후이 지음 / 노만수 옮김 / 더봄 / 1만7000원

지금 세계경제를 규정하는 최대 변수는 미중 경제전쟁이다. 2018년 3월 미국이 '통상법 301조'(슈퍼 301조)의 제재조치 발동을 결정한 이후 1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일으킨 것은 자기 지지층의 불만을 국정운영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중국 제조 2025'에 대한 경계심이 깔려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중국 제조 2025'는 2025년까지 로봇, 차세대 정보 기술, 바이오 등 첨단산업분야에서 중국기업을 세계 최강으로 육성하며, 최종적으로는 미국을 넘어서는 G1이 되겠다는 장대한 '차이나 이노베이션' 전략이다.

최근 중국의 기술혁신은 그야말로 눈이 부실 정도다. 알리바바 그룹이 이끄는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쳇페이가 이끄는 중국의 데이터 기술은 이미 미국의 실리콘벨리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최고의 경제연구소인 노무라종합연구소의 리즈후이가 쓴 '데이터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바로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중심으로 한 중국발 4차 산업혁명의 실체와 최근 상황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핀테크 연구의 1인자로 꼽히는 저자는 중국의 데이터 비즈니스가 세계경제 패권을 노리는 중국 정부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주장한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초기 '현금이 필요없는 사회'를 목표로 했지만, 그것이 빅데이터 축적의 기반이 되었고 디지털경제 발전을 가속화시켜 어느새 이 분야에서는 미국을 능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대는 이미 IT(정보기술)에서 DT(데이터기술)로 이행하기 시작했다"는 알라바바 창업주 마윈의 말처럼 결국 데이터기술을 축적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게 돼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결국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게 돼 있다'는 저자의 의견은 아직은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경제로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은 단순한 데이터기술의 축적 뿐 아니라 그것을 보장하는 제도와 그것을 일궈갈 사람의 문제와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체제와 시장경제의 모순, 기업환경의 제약, 이민자에게 닫힌 사회, 인구절벽 등을 이유로 중국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차이나 이노베이션'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미중 경제전쟁의 결과에 대한 예측은 뒤로 미루더라도 그 배경이 궁금한 사람에게는 매우 유용한 책이다.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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