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경북도 정책특별보좌관

직장 다니고 가정을 이루는 소박한 바람마저 청년들에게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다. 아르바이트 해서 생활비 벌어 공부하고 취업해도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한다. 수도권에 ‘억,억’하는 집을 마련할 길이 없는데 결혼과 육아라니 딴 세상 이야기 아닌가. 미래도 사랑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 땅의 청년들은 어디서 기회를 찾아야 하는가.

얼마 전 국외출장차 방문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젊은 한국인 사업가를 만났다. 그는 스물일곱 살이던 2006년에 1500만원을 들고 그 곳으로 갔다고 한다. 산전수전 겪은 그의 인생 스토리도 흥미로웠지만 그가 왜 하필이면 아프리카를, 그것도 가장 먼 남아공으로 갔을까가 궁금했다.

그의 대답은 단순했다. 한국에서 가장 먼 곳, 한국인이 가장 없는 곳에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좌충우돌하면서 그는 한국인이 부지런하고 조금만 머리를 쓰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단다. 이제 39세가 된 그 청년은 이제 연매출 50억원대를 올리는 번듯한 사업가가 됐다.

먼 나라 남아공보다 의성으로

치열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 나라까지 떠날 자신이 없다면 국내에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 청년들이여! 서울을, 수도권을, 대도시를 탈출해 보자. 이왕이면 멀리 경북으로, 그것도 농촌으로 가보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바로 그런 곳에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누군가는 기회를 잡는다.

경상북도 의성군에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인구의 39.4%가 노인이며 지방소멸지수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의성군에서부터 저출생과 지방소멸이라는 난제를 정면 돌파해 보기로 했다. 경상북도는 가장 고령화된 곳에 청년이 쏟아져 들어오는 반전을 꿈꾸고 있다. 이 실험적인 사업은 지난 7월 행정안전부가 개최한 저출산 우수시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 조성사업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청년들이 몰려오는,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드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의성군 안계면 일원에 일자리, 주거, 복지체계가 두루 갖춰진 새로운 형태의 마을을 조성한다. 스마트팜과 반려동물 산업, 문화예술창업 지원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만든다. 복합커뮤니티센터, Co-work place, 국공립어린이집 등 관련 시설을 건립하고 식생활 체험공간과 문화공간도 조성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 청년들의 특별한 주거단지를 조성하고 특색있는 테마마을로 디자인한다. 기존마을에 대해서는 빈집·빈점포를 리모델링하는 도시재생을 추진한다. 30분 내 보건·보육, 60분 내 교육·문화, 5분 내 응급의료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만든다. 청년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문화예술가와 핵심 청년활동가 그룹도 유치한다.

스마트팜에서 월급받고 일하다 창업까지

청년들은 스마트팜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게 된다. 일정기간 농업교육에 이어 창농과 정착 준비에 들어간다. 창업을 지원하는 팀은 선정 절차를 거쳐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안계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서울시와 대기업들도 이 사업을 돕고 있다. 서울시는 이 곳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청년 20명을 선정해 월 100만원의 정착비를 지원하고 경북도가 100만원을 더해 매칭한다. KT는 시범마을 내 창업·주거·교육 공간 등에 청년 친화적 IT 인프라를 구축해 디지털 노마드 청년을 유치하는 것을 돕는다. 하나금융그룹은 국공립어린이집 건축을 지원한다.

가장 절망적인 곳에서 시작하는 반전은 이 시대를 절망 속에 사는 청년들을 위해 준비한 무대다. 청년들의 기회는 바로 이런 곳에 있다.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 사업은 매우 도전적이고 실험적이다. 맨땅에서 불굴의 의지로 일어서는 청년을 빼닮았다. 이 사업의 성공 여부 역시 청운의 꿈을 가지고 달려드는 청년들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경북도는 도전하는 청년들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지원하고 응원할 것이다. 청년들이여, 힘든 서울살이에 청춘을 보내지 말고 경북 의성으로 가보자! 남아프리카공화국만큼 멀지 않은 이곳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