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 검찰개혁 토론회서 주장

“상명하복.남성중심문화 안 바뀌면 희망 없어”

“검사는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한다고 하는데 정작 검찰 내부를 들여다보면 기본권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다. ‘미투’가 제일 처음 나온 곳이 검찰이라는 것 자체가 상징적이지 않나.”

검사 출신 변호사로 검찰개혁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연주 변호사는 여러 검찰개혁안이 떠오르고 있지만 검찰 조직문화를 고치지 않는 한 희망이 없다고 평가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열린 ‘젠더 관점에서 본 검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다.

이 변호사는 검찰조직문화의 가장 큰 문제로 기수중심.남성중심 문화를 지목했다.

검찰의 기수 중심 문화는 상명하복 문화와 직결된다. 이 변호사는 “검사들이 돌려보는 법무연수원 교재를 보면 사건처리에 이견이 있을 때 상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가 나중에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반드시 복수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나오는데, 이걸 교재로 볼 정도면 어떤 조직인지 알 만하지 않느냐”면서 “상관에 불복한 임은정 검사가 검사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마의 삼각지대’ 지검들을 돌고 있는 걸 봐라”고 말했다.

검사들이 상명하복을 할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는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인사와 ‘자급자족’이 가능한 시스템을 들었다. 이 변호사는 “검사들 인사는 청와대 결재받으러 가는 차 안에서도 바뀐다는 말이 있다. 또 검사에는 3종류가 있는데 자기 인사를 자기가 하는 사람, 인사발표 전에 아는 사람, 인사 발표 나서야 아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검사들이 조직 내에서 인사 관련해 체험하는 게 있기 때문에 상관에게 아무 소리도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상관에게 충성했을 때의 이익이 너무 큰 반면, 바른 말 했을 때의 불이익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또 “게다가 검사들끼리 자급자족이 되지 않느냐”면서 “검사장 되고 전관 되면 돈도 많이 버니까 굳이 국민을 바라볼 필요가 없는 것이 검찰 조직”이라고 했다.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도 ‘인권 없는 인권 수호자’ 검찰의 민낯 중 하나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가 지난해 법무부.검찰청 근무여성 8194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해 법무부.검찰조직 내 여성들이 임용 후 성희롱.성범죄 피해를 경험한 비율이 61.6%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은 적도 있다.

이 변호사는 “한 여검사가 자신의 부장검사가 스폰서를 받고 성매매를 하는 것은 물론, 식사자리 등에서 일상적으로 성희롱을 한다고 내부 고발을 했다가 이 여검사만 난처해진 적이 있다”면서 “해당 부장검사가 해당 여검사가 자신을 성적으로 유혹하려다 잘 안 되니까 그러는 거라며 ‘꽃뱀’으로 몰았고 조직은 그 부장검사를 옹호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앞서 SNS를 통해 검사 재직 시절 자신에게 호텔로 오라고 한 검사장의 사례를 고발한 적도 있다. 그는 “검찰개혁과 관련해서 공수처나 기소독점주의 완화 등의 개혁안이 나오고 있지만 내부 감찰이나 인사문제, 조직문화까지 손대지 않으면 정말 희망이 없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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