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권 국립산림과학원장

한국전쟁이 종료된 1952년 우리나라 산림은 운동장 크기인 1㏊에 겨우 10.5㎥의 나무만이 있을 정도로 황폐화했다. 국가 통계가 만들어진 1927년 이후 산림이 가장 헐벗었던 때로, 먼 산을 보면 나무가 몇 그루인지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 산림은 70년간 급격하게 변했다. 1952년 332만㏊에 달했던 헐벗은 무입목지(나무를 심어 산림을 조성할 예정이나 현재는 나무가 서 있지 않은 지대)는 2017년 24만㏊로 감소했다. 산림의 양적 상태를 보여주는 ㏊당 임목축적(나무의 부피)은 1952년에 비해 약 15배인 154.1㎥로 늘었다. 1인당 임목축적 역시 같은 기간 1.7㎥에서 18.9㎥로 11배나 증가했다.

임업을 통한 연간소득 농업의 86.7%, 어업의 70.4%에 불과

세계적으로 저명한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은 그의 저서 ‘Plan B’에서 세계를 대표하는 재조림 성공모델로 한국의 산림녹화를 소개했다. 1960년대 이후 조림한 나무들이 자라 제법 울창한 산림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2014년 기준으로 126조원으로, 국민 1인당 249만원의 혜택을 산림으로부터 받는 셈이다.

산림의 이러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임업의 경제성은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는 산림은 있는데 임업은 없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국민들은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산림이 국민행복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공적자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산림을 지속가능하게 경영해야 하는 산림소유자의 현실은 국민의 바람과는 큰 차이가 있다. 2018년 기준으로 토석을 제외한 임산물 생산을 통한 총 임업생산액은 3조5000억원이 조금 넘는다. 그 중 목재생산액은 총 임업생산액의 약 13%인 4600억원에 불과하며, 생산된 목재의 약 70%가 펄프나 보드용 등 부가가치가 낮은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임업에 종사하는 임가(林家)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임업을 통한 연간소득 또한 농업의 86.7%, 어업의 70.4%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임업이 어려운 이유는 나무를 키우고 가꾸는 비용에 비해 나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산림산업에 긍정적인 3가지 기회 요인이 있다.

첫번째는 성숙된 산림자원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50년 이상 산림자원을 조성해왔다. 중경급 이상의 목재를 생산할 수 있는 41~50년생 산림은 2030년이 되면 산림면적의 76%를 차지할 전망이다. 목재를 생산·이용하는 미래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두번째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산림이 기여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기본로드맵 수정안’을 통해 2030년 국가 온실가스감축량 3억1480만톤의 12.1%인 3830만톤을 산림흡수원과 국외감축으로 줄인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세번째 기회 요인은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의 가중치가 상향되었다는 점이다. 2018년 6월부터 주요 발전소에서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한 경우, 공급인증서 발급 시 기존보다 높은 가중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와 목질팰릿을 생산·활용하는 산림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이 없어 산에 방치되었던 미이용 목재자원을 알뜰하게 활용하여 새로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산림소유자에게 충분한 소득 주고 지역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했으면

산림자원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산림산업 전체를 하나의 순환계로 보아야 한다. 즉, 생산된 목재자원의 적합한 소비와 산림자원의 조성·육성을 선순환 구조로 연결하고 지역사회의 발전과 지속가능한 산림관리를 동시에 이루어내야 한다. 더욱이 산림자원의 공급보다 지역사회의 수요를 중심에 두는 산림자원 순환경제를 바탕으로 목재의 생산,이용 시대를 꼼꼼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놓인 세 가지 기회 요인을 잘 활용하여 국민행복에 기여하는 산림, 산림소유자에게 충분한 소득을 주고 지역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임업이 만들어지길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