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 이상 가진 중노년층 적극적 대비

1억원 미만자, 평균 이하거나 계획없어

50대 후반~60대 초반, 노후파산 우려 커

초고령화사회 일본에서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노후준비의 태도가 확연히 다르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금융자산이 많은 장노년층일 수록 평균수명 이후까지 노후를 준비하는 데 비해 자산이 적으면 평균수명을 밑도는 정도까지 준비하거나 아예 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는 최근 메이지야스다총합연구소가 올해 3월 일본 전국의 55~79세 인구 가운데 배우자가 있는 남녀 5225명을 대상으로 재산관리 및 노후준비에 관한 실태조사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번 조사에서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부의 금융자산이 3000만엔(3억2000만원) 이상이라는 응답자의 경우 2018년 일본 남성의 평균수명인 81.25세보다 오래 살 것을 전제로 노후 자금계획을 세운다는 답변이 40.9%에 달했다. 이들은 또 '평균수명 정도까지 살 것에 대비해 준비한다'(25.9%)는 답변을 포함해 66.8%가 평균수명을 넘긴 나이까지 내다보고 자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1000만엔(1억700만원) 미만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응답자의 경우 '평균수명 이하'(29.2%)와 '평균수명 정도'(19.9%)까지만 내다 본 자금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000만엔 미만의 금융자산 보유자들은 38.5%가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답해 노후대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12.4%만 평균수명을 넘겨서까지 노후준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 2000만~3000만엔 수준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이 평균적인 정도의 노후를 준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평균수명 정도'(27.2%)와 '평균수명 이상'(25.5%)을 내다 본 노후준비를 한다고 답해 절반을 약간(52.7%) 넘었다. '평균수명 이하'(28.0%) 또는 '계획이 없다'(19.3%)는 답변은 절반에 조금 못미쳤다.

최근 일본 금융청이 연금수령액 등을 빼고 금융자산만 2000만엔(2억1400만원) 정도 있어야 노후를 원만히 보낼 수 있다는 지침을 내놓으려다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포기했던 점을 고려하면 2000만엔 전후가 현재 일본사회의 노후대비 마지노선으로 읽힌다.

일본 도쿄의 한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노인들. 사진 연합뉴스


평균수명이 남성에 비해서 훨씬 긴 여성(87.32세)의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남성에 비해서 평균 넘어까지 노후자금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답변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3000만엔 이상의 자산 보유자는 '평균 정도'(24.5%)와 '평균 이상'(19.1%)을 합쳐 43.6%가 평균 수명을 넘어선 때까지 내다보고 자금계획을 세웠지만, '평균 이하'(39.9%)와 '계획 없음'(16.5%)이라는 답변도 절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1000만엔 미만의 자산 보유자는 '평균 이하'(39.0%)와 '계획 없음'(49.7%)이 88.7%로 압도적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아직 고령자에 접어들지 않은 중년층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노후자산이 파산할 것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생애에 가지고 있는 자산을 모두 써버려 파산에 대한 우려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걱정하고 있다'는 답변이 60대 전반의 남성(46.8%)이 70대 후반의 남성(34.9%)에 비해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경우에도 50대 후반(49.0%)이 70대 후반(29.2%)에 비해서 노후 파산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일본 총무성 집계결과, 지난 한 해에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32만명이 늘어나 전체 인구의 28.4%인 3588만명이 고령자로 분류됐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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