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세계경제 전망

미중 통상분쟁 완화

올해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며 세계경제 성장이 3%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내년에도 정책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완만한 회복세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12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전날 발표한 '2020년 세계경제 전망'에서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 2.9%에서 내년 3.2%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세계경제 성장률을 3.5%로 전망했는데, 1년새 0.6%p 낮춰봤다.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외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특히 미-중 통상분쟁이 폭과 깊이 면에서 더욱더 심화되면서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대단히 높아졌다"며 "2019년을 '무역전쟁 격화의 해'라고 한다면 2020년 세계경제 키워드는 '정책 불확실성의 지속'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KIEP는 미중 통상분쟁이 한국 경제에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 원장은 "미중 통상분쟁은 기술 패권 측면에서 중국 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중국보다) 우위에 있는 산업에서 격차를 벌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텐데, 지금은 반도체가 정체기에 있지만 앞으로 이 부분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미중 분쟁의 향후 전망이 대단히 불확실하고 내년 11월에는 미국 대선도 있으므로 경제정책이 정치적 결정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문제도 걸려 있고 (미 대통령)선거도 11월에 있기 때문에 지금 만큼 더 싸움을 지속해나가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미중 분쟁의 긴장감이 이미 많이 알려져 있어서 올해보다 긴장감이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진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되든 공화당이 되든 보호주의, 특히 중국을 기술패권의 관점에서 견제하겠다는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는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내년 하반기에 어느 정도 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원장은 "일본 문제는 금방 해결되긴 조금 어렵겠지만, 지난번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서 만났고 이번에 방콕에서도 (한일) 정상들이 잠깐 만났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어 "여러 물밑 대화가 활발히 진행되는 데다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어느정도 기회가 생길 수 있고 가을에 일본 선거가 있으니 거기서 정부가 바뀔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북한과 관련한 정부의 '한반도 평화경제' 구상에 대해선 "참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충분한 가시적 성과가 없었던 건 좀 아쉽다"며 "11월 말 이후 북미 간에 다시 회담이 가능할 수도 있고 불확실하긴 하지만 완전히 기대를 접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세계 경제 구조에 발맞춰 정부가 규제 혁신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문도 내놓았다. 이 원장은 "수출 총액만 늘리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수출 부가가치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 세계가)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고 있는데 여기서 새 통상 규범에 대해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원은 이날 대외경제전문가 60명을 상대로 조사한 세계경제 동향 설문조사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응답치 평균을 보면, 전문가들은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률이 2.9%에 그칠 것으로 예측해 연구원 전망치(3.2%)보다 낮은 성장률을 예측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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