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전문가·유명인 공천 주고 '끝'

18대 김소남·19대 현영희 '공천 뇌물'

20대 이종명·김순례 '막말' 자질 시비

첫 이주민 국회의원이었던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의원이 11일 한국당을 탈당하고 정의당에 입당했다.

이자스민 전 의원은 탈당 이유에 대해 "2012년 (새누리당으로부터) 영입 제안이 왔을 때만 해도 우리 사회 곳곳의 약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의당 포즈 취하는 이자스민 전 의원 | 19대 국회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에서 활동한 이자스민 전 의원(왼쪽)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입당식에서 심상정 대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한국당의 비례대표 의원 운용이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을 받게 됐다. 비례대표는 국회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나 사회적 약자층을 들이기 위한 제도다. 한국당은 역대 총선에서 20명 안팎의 비례대표를 배출해왔다.

문제는 한국당이 전문가나 약자층에 공천만 줄 뿐 이후 의정활동은 사실상 방치한다는 지적이다. 비례대표 의원이 일회용으로 전락하는 것. 심지어 돈공천 시비나 공천 전횡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별다른 검증 없이 들어온 일부 비례대표는 막말을 일삼아 자질시비를 자초하기도 한다.

한국당은 17대(2004년) 21명, 18대(2008년) 22명, 19대(2012년) 25명, 20대(2016년) 17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했다. 18대에는 빈민운동 대모로 불리던 강명순 부스러기사랑나눔 대표, 한센병을 극복한 임두성 한빛복지협회 회장, 장애인 이정선 한국장애인정치포럼 이사장을 배출했다. 19대에는 여성과학자 민병주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장애인 김정록 한국당 중앙장애인위원회 위원장, 탁구영웅 이에리사 휴먼스포츠 대표를 영입했다. 20대에는 군 영웅으로 불린 이종명 전 육군 대령,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이 비례대표직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일회성으로 끝났다. 한국당은 전문가나 유명인을 영입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들이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는 별다른 '관리'나 '지원'을 하지 않았다. 이자스민 전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첫 이주민 국회의원'이란 상징성만 챙겼을 뿐 이자스민 전 의원이 이주민을 대변해 의정활동을 하는데는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 결국 한국당이 발탁한 대부분 비례대표 의원은 4년간 국회 구경만 하고 별다른 성과없이 떠나곤 했다.

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은 아직도 '돈공천' 시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7번을 받았던 김소남 전 의원은 공천을 받기 위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측에 4억원을 건넨 혐의가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다. 19대 총선에서 23번을 받은 현영희 전 의원도 공천을 받기 위해 당 관계자에게 5000만원을 건넨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다.

비례대표는 공천이 곧 당선이다보니 권력자에 의한 '공천 전횡'도 심각하다. 청와대나 당 실세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공천명단에 올리기 일쑤인 것.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시절 보좌관을 지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자신의 책 "보수의 민낯'을 통해 "20대 총선 비례대표 공천은 청와대와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 등 공천 권력을 휘두르던 인사들의 '내 사람 심기 한마당'이었다"고 폭로했다.

유권자들에 의한 평가를 건너뛴 비례대표들은 자질시비의 주인공이 되기 십상이다.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에 당선된 이종명 의원은 "80년 광주 폭동이 민주화 운동이 됐다", 김순례 의원은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망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나마 탄핵역풍으로 인해 위기감 속에 공천했던 17대 총선 비례대표가 지금까지 "비교적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세일 박재완 이주호 등 정책전문가들이 발탁됐다. 송영선 황진하 전여옥 이군현 진수희 서상기 박순자 나경원 유승민 등 일회성을 넘어선 의원들이 대거 발굴됐다.

한국당 신정치특위는 가칭 '숨은 인재 찾기, 국민오디션'이란 명칭의 국민 참여 오디션을 통해 비례대표 후보를 선발하자고 제안했다. 비례대표 공천을 원하는 후보들을 대상으로 공개오디션을 열고 이를 지켜본 국민들의 평가를 통해 공천을 주자는 것. 비례대표 공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바람도 일으키자는 취지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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