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지배권 괴리 커지고

지배구조개선 역할 못해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한 지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크다.

지주회사 제도는 거미줄 같이 얽힌 재벌 기업집단의 소유구조를 단순화하고 경영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허용됐지만 오히려 최대 주주의 기업집단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지적이다. 지주사 제도의 개선을 위해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 상승을 유도해야 한다는 제안이 제시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은 12일 금융투자센터에서 지주회사제도 도입 20년의 성과에 대한 평가와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6년부터 2018년까지 대규모기업집단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2006년엔 41개 대규모기업집단 중 4개 집단만 지주회사체제였지만 지난해 말엔 52개 대규모기업집단 중 21개 집단이 지주회사였다며 지주회사 전환 사례는 꾸준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체 대규모기업집단에서 지주회사체제 전환집단에 포함된 기업 수 비중은 2006년 12%에서 2018년 38%로, 자산 비중은 11%에서 27%로 증가했다.

김 연구원은 “대규모기업집단의 경우 지주회사체제 전환이 기업집단에 대한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오히려 강화하는 수단으로 선택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대 주주 소유권과 지배권이 낮은 집단이 주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고 지주회사체제 전환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소유권과 지배권이 동시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박창균 선임연구위원은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 과정에서 최대주주 지분율의 비정상적 상승이나 금전적 이익 확보 가능성 등 문제점이 많다”며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상승을 유도하기 위한 환경 조성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상법 상 내부 통제시스템의 실효성을 높이고 지주회사 전환의 세법상 혜택을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과 연계하거나 집단소송 활성화 또는 대상 확대 및 다중대표소송 도입 추진 등을 추진함으로써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확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지주회사는 지배주주에게 경제력이 집중되고 소수주주의 권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어 1986년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재벌 기업집단의 복잡한 지분구조가 부실의 전이를 촉진하고 구조조정을 지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기업구조 조정을 원활히 하고자 1999년에 허용했다.

[관련기사]
지주회사 전환 20년, 효과 불분명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