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범 후 대입개편만 두번째… ‘수시-정시 비율논쟁’ 재점화 땐 교육계 혼란

교육부가 현재 고교 1학년이 치르는 2022학년도 입시부터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겠고 하자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문재인정부가 ‘백년지대계’보다 ‘정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정책을 바꾼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30개월 동안 철회했거나 번복한 교육정책이 10개에 달하고 대입제도 개편만 두번째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지역 16개 주요 대학 정시 확대를 골자로 하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입 정시 비율의 상향을 포함한 입시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지 한달 만의 졸속 발표다. 발단이 된 조국 전법무장관 사태로까지 거슬러가도 3개월밖에 안된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공론화를 거쳐 스스로 약속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뒤집어 버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작년 공론화위원회의 치열한 논쟁을 거치면서 수능 정시 비중 30% 확대라는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했다”면서 “사회적 합의를 교육부 스스로 깨고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보수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공론화 결정을 파기하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대입제도가 또 뒤바뀌었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공론화 과정에서 정시 45%가 주요하게 제시됐음에도 받아들이지 않던 교육부가 정권과 정치권 요구에 떠밀려 급조된 정책을 발표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사 학생 학부모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대입제도로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며 불만을 털어놓는다. 고1 자녀를 둔 40대 직장인 박 모씨는 “교육부가 정시 확대는 없다고 해서 다양한 교내외 활동에 치중하고 있는데 어떻게 변할지 몰라 걱정”이라며 “학생과 학부모의 바람은 대입정책을 자주 바꾸지나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지역 한 고교의 진학담당 교사는 “입시를 정치적으로 활용한 첫 사례”라면서 “어느 정권도 여론조사 형식으로 입시정책을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능중심 전형의 확대는 교육과정 변화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특히 잦은 정책 변화로 학생 지도가 고통스럽다”고 덧붙였다.

혼란스럽기는 대학도 마찬가지다. 서울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그동안 학종을 늘리랬다가, 이제는 정시를 확대하라니 혼란스럽다”면서 “재정지원사업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활용해 유도하겠다니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대학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그동안 어렵게 눌러온 ‘수시-정시 비율 논쟁’이 재점화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정시 비율은 사실상 교육계 진영을 가르는 가치다. 진보는 수시를, 보수는 정시를 선호하는 양상을 보여왔기 때문에 교육계 전체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입시전문가들은 주요 대학이 정시를 확대할 경우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늘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시 확대 대상으로 지목된 대학들은 대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며 “특히 지원자 수준이 비슷한 서울 소재 대학들도 대입전형 비중 조정이 불가피해 사실상 2022학년도 대입부터 정시 확대 붐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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