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유기견 진돗개

유튜브 채널 주인공 데뷔

떠돌이 개에서 완주군청 주무관 직급까지 단 진돗개 이야기가 화제다.
전북 완주군 운주면사무소에는 2살이 안된 진돗개 '곶감이'가 주무관 계급을 달고 청사를 지키고 있다. 박성일 완주군수부터 인근 사료가게 사장까지 근황을 챙기는 요주의 직원이다.

올해 초 생후 7개월 쯤 돼 보이는 진돗개 한 마리가 운주면사무소를 기웃거렸다. 배를 곯아 지쳐있었고, 주변에 대한 경계도 심했다. 면사무소 직원들이 음식을 챙겨주며 안면을 익히자 조금씩 사람의 접근을 허용했다고 한다.

하루 걸러 나타나던 진돗개는 올 여름부터 한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직원들의 걱정도 커져갔다. 도농 복합도시인 완주군의 운주면은 2100여 명이 넓게 흩어져 사는 곳이어서 유기견이 사람들의 도움 없이 버티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9월 초 제13호 태풍 '링링'이 완주군을 지나던 날, 유기견은 배고픔과 추위에 덜덜 떨며 면사무소를 다시 찾았다. 비상근무를 서던 직원들에게 발견된 진돗개는 배가 홀쭉했고, 직원들은 회의를 거쳐 입양을 결정했다. 강원양 면장을 포함한 직원 10여 명은 이날 이후 순번을 짜서 진돗개를 정성껏 돌봐줬다. 운주면의 특산품인 '곶감' 이름을 진돗개에 붙이고 주무관 직급까지 달아줬다.
주무관은 1~9급의 공무원 직급 중에서 통상 6급 이하를 말한다.

직원들의 정성이 통했는지 곶감이는 입양 한 달여 만에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사람들을 기피하는 불안 증세도 사라지는 등 운주면의 귀염둥이로, 그야 말로 '견생(犬生) 역전'하게 됐다.
박성일 완주군수도 운주면사무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쁘게 생겼다. 잘 키워보라"고 직원들을 격려했고, 사료가게의 주인은 곶감이가 평생 먹을 사료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또 겨울이 오자 주변 사람들이 곶감이에게 울타리와 추위를 피할 벽과 지붕을 만들어 주는 등 일반인들의 사랑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운주면사무소 직원들이 '면사무소 곶감이'라는 유튜브 채널(https://youtu.be/u2llGrtHu80)을 개설해 곶감이의 일상을 소개하기로 했다. '떠돌이 유기견의 견생역전 이야기'라는 제목의영상 2편이 유튜버들에게도 화제가 됐다.

운주면사무소 관계자는 "곶감이가 널리 알려져 유명인사가 된 만큼 일상을 알리고, 운주면과 완주군의 각종 축제 등을 홍보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게 되었다"며 "곶감이도 평소보다 더 많은 재롱을 떠는 것 같다"고 웃었다. 운주면사무소는 앞으로 '견생역전, 촤충우돌'의 곶감이 사는 이야기를 유튜브를 통해 계속 소개할 예정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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