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고기각 결정 부실해 재정신청 인용률 낮아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법률상 불복수단이 존재하지만 사실상 제 구실을 못한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천주현 변호사(법학 박사)는 2일 "검찰청법상 항고·재항고, 형사소송법상 재정신청 등이 존재하지만, 실질적 수사는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내린 딱 한번의 수사가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천 변호사는 "미국 대배심 제도나 독일 기소법정주의를 도입하는 것이 자의적인 불기소처분에 대해 효과적인 통제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기록 열람·등사 어려움'으로 권리구제 가능성 낮아 = 천 변호사의 저서 '수사와 변호'에 따르면, 검사 불기소처분에 대한 불복방법 중 실무상 변호인이 가장 어려워하면서 권리구제 가능성이 낮은 제도가 항고제도다. 검찰항고제도는 불기소결정을 내린 검찰조직 내의 통제책이라는 점에서 엄정한 조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천 변호사는 "제도운영이 원처분(불기소처분)의 부당성을 자체 시정하는 쪽으로 운영되지 않고 부실하게 운영돼 고소인 권리 보호에 취약한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장 큰 문제는 '수사기록 열람·등사'다. 불기소 처분의 잘못을 따지려면, 수사기록을 꼼꼼히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실제 열람·등사 절차를 진행해 보면 고소인 자신의 진술이 개재된 참고인진술조서, 대질신문 중 고소인 자신의 진술부분 정도에 한해 등사가 허용된다.

불기소처분에 대한 불복을 허용하면서 충분한 열람·등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천 변호사 설명이다. 그는 "항고이유서에는 원처분을 적시한 후 수사미진, 판단유탈, 사실오인, 법리오해 등이 있는지를 상세히 밝혀 수사검사의 허점을 파고들어야 하는데, 그 전제로 수사기록 전부 열람·등사가 필요하다"며 "대부분 수사서류가 열람·등사제한 대상에 해당해 수사기록을 검토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수사검사의 불기소이유가 단 몇줄만으로 작성돼는 등 지나치게 간략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따라서 불기소이유서를 분석해 효과적으로 항고하는 것이 실무상 쉽지 않다.

천 변호사는 "가뜩이나 수사기록 전체에 대한 열람·등사가 허용되지 않는 마당에 불기소결정문까지 지나치게 간단하다면 피해자 및 고소 대리인으로서는 항고사유를 찾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재정신청 인용률 1%도 안돼 = 검사 기소재량에 대한 실질적 통제책은 재정신청밖에 없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의견이다. 재정신청은 검찰과 독립한 사법기관에 의해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불기소처분 당부가 심사되는 절차로, 심리결과 불기소처분의 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그 기소가 강제되는 강력한 권리구제 제도다. 이를 위해서는 검찰청법상 항고절차를 원칙적으로 거쳐야 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에서는 고소사건에 대해서는 재정신청대상을 모든 범죄에 관한 검사의 불기소처분으로 확대했고, 고발사건의 경우는 일부 죄에 관해서만 재정신청을 허용한다.

그러나 재정신청제도 또한 실효성이 낮다. 지난해 10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접수된 재정신청사건은 총 10만972건이며, 이 중 법원에서 공소제기가 결정된 사건은 0.77%인 774건에 불과했다. 인용률이 1%도 안돼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인 셈이다.

천 변호사는 재정신청 인용률이 낮은 이유로 항고기각 결정문의 부실함을 든다. 그는 "항고사건기각 통지에는 '불기소처분 검사의 불기소 결정을 부당하다고 인정할 자료 없음'만이 기재돼 있고, 항고기각이유고지에는 '이 항고 사건의 피의사실 및 불기소처분 이유 요지는 불기소처분 검사의 불기소처분결정서 기재와 같으므로 이를 원용하는 바, 일건 기록을 세밀히 검토한 결과 이 항고는 이유 없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의 무색 단순한 내용"이라고 지적한다. 천 변호사는 "이것만을 토대로 어떻게 재정신청하라는 말인지 몹시 당황스러운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또 재정신청사건 결정과정에서 법원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형소법에 규정돼 있지만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도 재정신청의 실효성이 낮은 이유다. 천 변호사는 "재정신청법원이 원칙적으로 기록검토와 기록상의 증거에 대해 공판정 검증, 피의자신문 증인신문, 감정 등 필요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는데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소원 길 막혀 = 2007년 개정 형사소송법이 재정신청 대상을 모든 고소사건으로 확대하면서 모든 고소사건은 이제 검찰항고를 거친 후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형사상 모든 범죄에 대해서 형사피해자인 고소인은 검찰청 항고를 거친 후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제기할 수 있을 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게 됐다.

이제 검사 처분과 관련한 헌법소원은 고소하지 않은 피해자, 무죄를 다투는데 졸속적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피의자, 자의적 기소중지 처분을 받은 피의자에 한해 청구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 천 변호사 설명이다.

천 변호사는 미국 대배심 제도가 검사 불기소 처분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배심은 각 법원이 재량에 의해 배심원을 구성하고, 기소 결정여부는 배심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지며, 피의자 출석없이 검사와 고소장만으로 심리가 진행된다. 미국 연방헌법은 중죄 사건의 경우 대배심에 의할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천 변호사는 "건전한 국민이 기소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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